황규석 회장 “의협, 부회장직 박탈해 놓고 이제 와서 면직 안 했다?”

‘면직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첫 재판···의협 “대의원회 인준 없어 효력 없다” 주장 실제론 협회 홈피에 ‘전 부회장’으로 변경, 상임진 단톡방서 쫓겨나고 월 수당도 삭감당해

2024-12-11     배준열 기자

“면직을 통보하고 이후 실제로 회무에서도 모두 배제시켜 놓고 이제 와서 ‘면직 처분’이 효력이 없다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직에서 해임당한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사진>은 법원에서 이같이 항변했다.

10일 오후 3시45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전보성)에서 황규석 회장이 의협을 상대로 청구한 ‘부회장직 면직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앞서 지난달 18일 의협(회장 직무대행 강대식)은 황규석 부회장에게 ‘제42대 임원 면직 통보’ 공문을 보냈다. 의협은 황 부회장에 대해 “의사협회 집행부의 일원임에도 협회 회장(임현택 전 회장)의 불신임을 주도했다”고 면직 이유를 밝혔다. 

의협의 이같은 움직임에 황규석 회장뿐만 아니라 서울시의사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 전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회장 불신임을 주도했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어떤 입증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의협 임원 면직 사유는 정관 제2조 2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 정관 및 총회 의견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할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황규석 부회장 면직 사유에는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황규석 회장은 지난달 22일 의협을 상대로 ‘면직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서부지법에서 가처분 신청서 부본 송달 및 심문이 열린 것이다.

황 회장 측이 면직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가처분을 신청하자 이제 와서 의협은 황 부회장에 대한 면직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5일자 답변서를 통해 “면직처분이 대의원회 인준을 거치지 않아서 실제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달랐다. 면직 통보 이후 의협은 협회 홈페이지에서 황 회장을 종전 ‘부회장’에서 ‘전(前) 부회장’으로 변경 공지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의협 임원진들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도 황 회장은 ‘강퇴’를 당한 상황이다. 또 의협은 황 부회장에게 매달 25일 지급되는 월 수당(월 50만원)도 면직 처분일인 지난달 18일부터 일할 계산해 삭감 지급했다. 

의협은

의협이 대의원회 인준을 거치지 않아서 면직 처분에 실제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황 회장은 이미 면직 상태에 처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사회 4만 회원을 대표하는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관례대로 당연직과 같은 의미로 의협 부회장직을 맡게 됐음에도 의협 상임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 황규석 회장 측은 “직무대행자는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관리하는 한도 내의 협회의 통상 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보직자인 부회장에 대한 면직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밝혔다.

황규석 회장은 “(의협이)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 의결 전까지 의협 부회장으로서 의협의 잘못된 방향성을 바로 잡으려 한 점,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각종 기행에 대해 가감 없이 직언한 점 등에 대해 앙심을 품고 사적 복수를 하고, 저의 명예를 훼손시키기 위해 면직 처분 및 통지를 실행했고, 실무적인 단계까지 모두 배제시켰다”며 “의협 정관상 회장이 면직시키기만 하면 대의원회 인준을 거치기 전에도 면직 대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거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 측은 예기치 못하게 이 사건 신청이 제기되자, 뒤늦게 대의원회 인준 절차 등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에 대해서는 의협 대의원회 인준이 없기 때문에 면직 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눈앞의 위기를 넘기고, 생래적으로 문제가 있는 면직 처분을 계속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의협은 다음 달 초 의협 회장 보궐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황 회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보전 필요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황 회장 측은 “면직 처분이 위법·부당함은 명백하고, 의협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면직 처분으로 저는 소명을 다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인격권과 명예까지 침해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자신의 의무는 팽개치고 채권자를 몰아내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재 의협 잔존 집행부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의협 회장 선거 때까지 의협 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이러한 의협 집행부를 견제하고, 의협 회원들과 국민을 위해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며, 나아가 내년 초 구성될 새로운 의협 집행부에 대한 온전한 인수인계를 위해서라도 제가 의협 부회장 직을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도 “저도 판사이기 이전에 공직자여서 수많은 공문을 접하는데 임면권이 있는지 없는지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의협이) 회장 직인이 찍힌 ‘임원 면직 통보’ 공문까지 보내놓고, 이제와서 면직 처분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을 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고 황규석 회장은 “의협이 앞뒤가 안맞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어 승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론 저에게 큰 이익이 없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실추된 저와 4만 서울시의사회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처분을 신청하게 됐다. 재판부가 한시라도 빠른 인용 결정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