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 개선 효과는 “의문”
의료정책연구원, 국내외 사례 분석 보고서 발간 “환자 협력 부족으로 ACO 모델 국내 도입 어려워”
정부가 추진 중인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이 의료 질 향상과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환자 참여 부족 등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ACO 모델 도입도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진료비 지불제도 동향과 시사점: 정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방향의 문제점’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하고 주요국 사례를 분석해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조사에는 의사 846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65.1%는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 방향을 알지 못했고, 90.5%는 개편안이 의료 질 향상이나 비용 절감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지불제도 개편안이 의료 질과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임을 밝혔다. 응답자의 61.8%와 61.2%가 각각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치료 결과 개선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다소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각각 18.9%, 18.4%를 기록했다. 환자 만족도에 대해서도 ‘매우 불만족’(38.9%)과 ‘불만족’(27.5%) 의견이 많았고, 의료비 절감 가능성에 대해서도 51.4%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모델의 한국 적용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 58.3%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환자의 참여 및 협력 부족(48.5%)이 꼽혔으며, 제도의 성과와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47.5%)도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적합한 진료비 지불 모델로는 일차의료기관과 병원급 이상 모두에서 행위별수가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각각 74.6%, 69.3%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의 지불제도 사례도 함께 분석했다. 미국의 BPCI(Bundled Payments for Care Improvement Advanced)는 의료비 절감과 의료 질 향상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비용 절감과 환자 결과에서 긍정적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영국의 QOF(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는 일차의료 질 향상을 위한 성과보상제도로, 초기 혈압 개선 등 일부 효과를 보였으나 지속성은 부족했다. 미국 ACO 모델은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환자 건강 관리와 의료 제공자를 연계하지만, 병원 기반 ACO의 비용 절감 효과는 미비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정부는 지불제도 설계에서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정책 설계를 위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지불제도 사례를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