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상의학회, 선진입의료기술 제도 전면 재검토 촉구
“근거창출연구 의무화 폐지, 의료 안전성 위협” AI 기반 진단보조 기술, 효과 검증 없이 시장 진입 가능
대한영상의학회와 소비자단체가 정부의 ‘선진입의료기술’ 및 ‘시장 즉시 진입 의료기기’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지난 1월 17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진단보조 인공지능의 적절한 적용’ 포럼을 개최하고 해당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최준일(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정책연구이사는 ‘진단보조 인공지능 의료기술의 사용과 보상’ 발표에서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와 혁신의료기술평가가 모두 임시등재라는 한계를 가지며, 개발업체의 시장진입이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2024년 말 ‘선진입의료기술’ 개념을 도입하고 ‘시장 즉시 진입 의료기기’ 제도를 추진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첫 번째 문제는 ‘근거창출연구 의무화 폐지’다. 이번 개편으로 근거창출연구가 선택 사항으로 바뀌면서, 임상적 근거 없이도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 교수는 이를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임시등재 기간 연장’이다.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면서, 단기간에 충분한 증례 수집이 가능한 진단보조 인공지능 의료기술에는 불필요한 조치이며, 기업의 수익창출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퇴출기전 폐지’다. 안전성 문제가 없으면 의료기술이 퇴출되지 않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동의서 구득 절차가 도입됐지만, 진단보조 AI의 특성상 실제 적용이 어려우며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오히려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번 개편이 기업 친화적이며, 환자와 의료진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영상의학회 박성호(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KJR 편집장은 “AI가 의료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AI 성능이 진료 환경에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으며, 비전문가가 AI를 사용한다고 전문가 수준의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AI 도입이 성공하려면 ‘세밀하고 과학적인 접근과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이충욱(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보험이사는 AI 소프트웨어 도입 활성화를 위해 적절한 비용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사선 특수영상 AI 소프트웨어의 보험 수가는 검사비의 2.5~3%로 책정돼 기업들이 비급여 시장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와 선진입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저한 검증과 퇴출 기전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은 “AI 기반 의료기술이 환자와 의료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기술 검증을 강화하고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