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논리에 밀린 공공의료···“공공병원 예타 개선 필요”
5일 국회서 ‘공공병원 설립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책토론회 개최 권순석 교수, “잘못된 제도 운영···의료원 필요한 곳일수록 통과 어려워” 옥민수 교수, “비용-편익 평가 과정도 상당한 감시 필요해”
공공병원 설립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용-편익’에만 집중해 의료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장에서는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의료 문제와 해결방안으로 공공의료 실행 방안: 공공병원 설립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현 국가재정법상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국가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정부재정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해당된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순석 교수(전남의대 예방의학교실)는 광주의료원의 예타 불인정 사례를 바탕으로 현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광주광역시 공공의료지원단장으로 광주 지방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했지만, 2023년 탈락했다.
권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잘못된 제도로 운영되다 보니 상급병원과 일부 특수목적병원만 통과하고, 오히려 의료원이 필요한 곳일수록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개선방안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반영을 확대하고, 의료현실과 주민수요를 반영한 편익항목을 추가하는 등 공공병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차등평가하는 현행 제도에서 추가로 광역시와 중소도시의 차등평가를 적용하고, 농촌이나 취약지역은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효과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별도의 지표를 개발하는 등 건강격차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예타 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문이 든다”며, △공공병원 예타 면제를 위한 법률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공공병원 운영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적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옥민수 교수(율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역시 “공공병원 예타 문제 해결에 있어 면제하자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BC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상당한 감시를 해야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경제성 분석의 타당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평가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는 보건복지부나 시가 확실한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면서 “시가 추천하는 2인의 전문가, 보건복지부가 추천하는 2인의 전문가가 들어가서 같이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예타의 경제성 평가는 흔히 알려지는 것처럼 공공병원의 수익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존재가치를 국가 경제와 기업 이윤 창출을 위한 부품 정도로 치환하는 계산법이 사회에서 용인되어선 안 된다.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진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공공병원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필수의료 제공, 감염병 대응 등 건강권 보장에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정부처의 수익성 논리에 따라 지역의 공공의료원 신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주최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김윤 의원도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에 대해 제대로 가치 부여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만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타 제도로는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세우거나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외상센터의 예에서 보듯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의료정책을 왜곡시키거나 의료시스템을 악화시키는 결과들을 초래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