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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 결국 사직서 제출
'의대 증원 반대'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 결국 사직서 제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3.2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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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들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민심 호도"
"'훌륭한 의사 양성' 꿈 산산조각···제 자리 떠날 것"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끝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를 간신히 지켜온 의사들마저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내모는 상황에서는 의사로서 자신의 꿈을 더 이상 이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배 교수는 22일 SNS을 통해 "제 꿈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 이제 제가 믿고 믿었던 제 자리를 떠나려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전날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배정안을 발표했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이다. 

이와 관련해 배 교수는 자신이 가졌던 두 가지 꿈을 이야기하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임상에서의 제 꿈은 심근경색증부터 협심증까지 우리 병원에서 서울로 가는 환자가 없도록 하고, 종국에는 제가 진료하던 심부전 환자를 우리 병원에서 VAD(심실보조장치) 수술을 하고 심장이식을 해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꿈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지방의료 강화'라는 명쾌한 해답이 있음에도 환자에게 병원 선택의 자유, 의사 선택의 자유, 의료의 무한정 이용이라는 상식 밖의 조치를 30년 이상 지속해 지방의 필수의료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며 민심을 호도하고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고 있다”며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특히, "의료환경이나 전달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OECD 통계 중 하나일 뿐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라는 하나의 지표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영아, 모성 사망률, 예방가능 사망률 같은 결과 지표는 국민에게 공개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필수의료분야를 간신히 지켜 온 의사들을 국민 앞에서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다른 한가지 꿈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아끼고 가르쳐서 훌륭한 의사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 지도 잘 하고 전공의 때 지도 잘 해서 우리 지역의 힘을 키우는 의사가 되는 것이 제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다"면서도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제 아이들은 휴학과 사직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병원을 자신의 입지 상승을 위한 디딤판 정도로 여기는 총장과 도지사가 의학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부해 49명의 정원을 가진 의과대학을 하루아침에 200명으로 만들었다"며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을 테지만, 그땐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아 양질의 교육은커녕, 졸업장에 직인을 찍기도 힘든 학장실만 바쁘게 될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배 교수는 "제 꿈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며 ”이 혼란한 판에서 입을 닫고 총장과 도지사에 아부해 자신의 입지 향상을 노리는 인간들이 제 곁에 존재한다는 현실이 더욱 저를 견디기 어렵게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 달간 제 신변을 정리하고 제가 모시던 외래 환자들이 적절한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응급환자 보고 중환자실 병실 당직하고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지난 20년을 생각하니 제 곁을 지나간 바람같다. 이런 노력이면 스스로도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있었던 곳에 대한 미련은 없을 것 같다”며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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