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 의사신문
  • 승인 2009.05.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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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불행을 예언한 듯한 `비극'의 절정

`비극적'이라고 알려진 곡의 제목은 작곡가 자신이 직접 붙인 것이다. 이 제목은 곡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가장 간결하고 분명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철저하게 독일 음악의 절대음악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완전히 주관적인 자기감정을 담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순수하게 비극적인 유일한 작품인 교향곡 제6번이 그처럼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되었다는 사실은 패러독스하다. 작곡 당시 오스트리아 남부의 뵈테르체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서 휴가를 즐기는 동안 말러는 자신을 둘러싼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의 아내였던 알마는 훗날 회상하길 “그는 아이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거나 아이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오랫동안 놀아주었다. 당시 그는 젊었고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아마 그 당시 말러는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말러의 심리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으로서 낮에는 아이랑 실컷 장난치고 들어와 책상에 앉아서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같은 침통한 가곡을 작곡했다. 이 곡의 작시자인 뤼케르트는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시를 썼지만 말러는 새로 아이를 가진 행복만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결국 말러의 `비극'이란 실제로 어떤 사건들이 동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삶에 대한 그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에서 또 다른 중요한 존재는 알마 말러이다. 알마 말러를 만난 이후 말러의 곡에서 알마의 모습을 빠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말러 스스로도 제1악장의 제2주제와 느린 악장이 알마 말러를 그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대로 당신의 모습을 담았는지는 모르겠고 서투른 작곡 솜씨를 당신이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알마 말러의 주제는 이 소용돌이 곡 속에서 유일하게 평화를 지닌 부분이다.

제1악장 :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서주에서 돌진하는 듯한 난폭한 행진곡이다. `알마의 주제'에서는 `열정적으로'라고 지시되어 처음 주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더 나은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목장의 소 방울소리는 목가적인 분위기로 듣는 이를 알프스산으로 인도하고 있다.

제2악장 : Andante moderato_ 장대하게 뻗어나가는 `대지의 노래'라 할 만하다. 말러가 휴식을 취하곤 했던 호반의 별장만큼이나 세속의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제3악장 : Scherzo_ 말러는 이 악장에서 음들의 불규칙한 움직임은 마치 아이들이 모래밭을 아장아장 가로지르는 모습에서 연상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의 춤'이라 불리는 기괴한 악상이 나타나는 독특한 악장으로 말러가 처음 작곡할 당시에는 이 악장을 곡의 두 번째 악장에 놓았으나 마치 1악장의 뒤틀린 반복처럼 들릴 수 있어 다시 3번째 악장으로 놓았다. 일부 지휘자는 원래 모습대로 이 스케르초를 두 번째 악장에 놓고 연주하기도 한다.

제4악장 : Finale: Allegro moderato-Allegro energico_ 마지막의 코다에 대해서는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더 비극적으로 변해가고, 마지막에는 훌쩍거리는 가운데 젖어 든다.”라고 적고 있다. 끊임없이 강력하게 나아가는 피날레에 등장하는 세 번의 헤머 타격과 이 곡의 초연 이후에 말러를 절망에 빠트린 세 번에 걸친 불행(큰딸의 죽음, 심장질환 발작, 빈 오페라에서 사직을 강요당한 일)을 예언한 듯 이를 동일시하려는 발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코다에서 음악이 고통스럽게 증폭된 후 꺼지듯 이 어둠 속으로 잦아들며, 피치카토의 고독한 울림을 마지막으로 이 모든 투쟁은 종결된다.

■들을 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야(지휘), 베를린 필(DG, 1977); 레오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88); 헤르베르트 텐슈테트(지휘), 런던 필(EMI, 1991); 엘리야후 인발(지휘),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Denon, 1986);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루체른페스티벌 오케스트라(EuroArt, 200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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