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 발레〈봄의 제전〉
스트라빈스키 발레〈봄의 제전〉
  • 의사신문
  • 승인 2013.05.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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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18〉

〈봄의 제전〉의 최초 구상은〈불새〉가 거의 완성되기 직전 스트라빈스키의 공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봄의 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젊은 여자를 제물로 바친다는 간단한 주제로 그의 희미하고 괴이한 의식에서 출발한 이 음악은 이교도적이면서 야만적인 의식이 구체적인 악상과 함께 붙여지면서 가공할 만한 음악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의 세 번째 발레 음악〈봄의 제전〉은 그의 작곡 세계에서 하나의 커다란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전 작품들을 보면〈페트루슈카〉에서는 낭만주의나 인상주의적 냄새가 짙었고〈불새〉에서는 그의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봄의 제전〉을 정점으로 스트라빈스키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즉 신고전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서 이 곡은 그의 실험정신의 극한을 보여주는 산물인 것이다.

이 곡은 러시아적인 과격함과 기존의 음악적 감성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극한의 리듬감을 원시적이고 직선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누가 들어봐도 정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곡의 성격이 군더더기 없는 정직한 표현으로 나타내는 순수한 리듬감만이 최선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발레음악으로서 `발레'라는 형식의 엄격성과 규범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그의 예술관과 근접한 차이코프스키의 고전발레처럼 그의 음악에서도 계획성과 질서, 법칙 등을 느낄 수 있다.

이 곡은 디아길레프에게 의뢰하여 발레의 거장 니진스키의 안무로 1913년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20세기 초 파리는 자유주의의 온상이기는 하였지만 기독교 윤리가 아직 대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당시 〈봄의 제전〉과 같이 이교도의 주술적인 내용은 그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신성 모독이었고 심장을 때리는 듯한 원시적인 리듬과 익숙하지 않은 불협화음의 연속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시인 사순은 “나는 미쳐 버렸다/ 질서가 광기에 무너지고 있었다./ 지휘자에게 린치를 가하라!/ 드럼의 목을 잘라라!/ 금관악기를 도륙 내라!/ 현악기를 피에 적셔라!/ 플롯의 목을 졸라라!/ 스트라빈스키의 봄이 성스러운 봄에게 무자비한 영화와 고통을 거느리며 도래하나니.”라고 노래할 정도로 고성의 야유와 발 구르는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객석은 찬반파로 양분되어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1부 대지에의 찬양 △제1곡 서곡 그로테스크한 파곳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는 상당히 음산하게 묘사되면서 봄이란 이미지와 처음부터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제2곡 봄의 싹틈과 젊은 남녀의 춤 현과 관의 조화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제3곡 유괴의 유희 역동적으로 긴박감을 유발시키면서 매우 자극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제4곡 봄의 론도 제3곡과는 달리 나긋하게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서 암울한 반주 사이로 음한 봄기운이 퍼진다. △제5곡 적대하는 도시의 유희 팀파니와 금관의 강렬한 선율이 격렬하게 음들을 밀어붙이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제6곡 현인의 행렬 금관이 무서운 선율을 노래하고 있다. △제7곡 대지에의 찬양 △제8곡 대지의 춤 급한 분위기의 춤을 반영하듯 기괴한 분위기로 마무리 짓는다.

제2부 희생의 제사 △제1곡 서곡 제1부는 낮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반면 제2부는 밤을 묘사한다. 매우 음산한 분위기의 이교도들의 밤을 나타내고 있다. △제2곡 젊은이의 신비한 모습 젊은이들이 모여 희생이 될 처녀를 고르는 내용으로 매우 신비스럽고 몽상적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제3곡 선택된 처녀에의 찬미 리듬감이 자유분방하게 변화하면서 금관의 울부짖음은 거의 광기처럼 들린다. 매우 정교하게 처리되면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제4곡 조상의 초혼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조상의 영혼을 부르는 장면으로 강렬한 리듬으로 시작한다. △제5곡 조상의 의식 잉글리시 호른에 의한 피아노가 기괴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제6곡 신성한 춤, 선택된 처녀 희생의 죽음을 묘사하는 선율과 광폭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선율로 곡은 절정에 다다른다. 희생물이 죽자 태양의 신에게 바치는 장면으로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7]; 피에르 블레즈(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DG, 1991]; 안탈 도라티(지휘), 디트로이트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8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DG, 1975]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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