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컨트롤타워 구축해야···응급의학, 필수의료 논의서 배제”
“코로나 컨트롤타워 구축해야···응급의학, 필수의료 논의서 배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8.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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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의사회 “정부는 코로나 대응 충분하다지만 현장에선 역부족”
코로나 2급 법정감염병 관리체계로 전환···응급진료 기준·제한 중단 등 촉구

“정부는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병상 여력이 충분하다지만 지난 3년간 현장에서 느끼기에 효과적이었던 응급의료정책은 한 번도 없었고, 아직도 발열환자와 확진자에게 제대로 된 응급의료는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유행이 와도 똑같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관계 당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 이후 필수의료 확충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회장 이형민)는 지난 26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 상황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의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은 지난 3년여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119는 발열환자를 싣고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고, 밤새 울리는 전화 내용은 확진자인데 갈 곳이 없다는 연락뿐이라는 것. 특히 발열 소아환자나 산모는 받아주는 병원만 있다면 아무리 장거리 이송이라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증환자가 발열이나 확진이라면 이송은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에서는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이미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도 코로나로부터 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이제는 어떤 변화와 정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앞으로 의미 없는 확진자 수 카운트를 중단하고 코로나19를 2급 법정감염병에 준하는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119 지역상황실과 지역전원조정상황실도 중증응급환자 이송과 배치업무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코로나 진료 및 입원 수가를 인상하고 코로나 원내감염에 대해 진료비 감면 및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일선에서 최선을 다한 응급의료진들에 대한 보상책도 필요하다”며 “코로나 응급진료에 대한 기준과 제한도 중단하고 환자들과 각 병원의 자율에 맡겨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 이후 논의되고 있는 필수의료 확충 문제에 있어서도 명확한 개념 정리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무엇보다 현재 필수의료 확충이 논의되고 있지만 필수의료의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응급의학과’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사 정원 확대’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의사회는 “지금 당장 현장의 의료진들도 탈진해서 현장을 이탈하고 있는데, 의사정원을 확대해 먼 장래에 필수의료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은 현재의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장기적 인력계획과 함께 필수의료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의료진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우선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우선이며 최종목표 설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 논의체’를 즉각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과 재구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사회는 지난 코로나 유행 동안 응급의료기관들이 혼란과 붕괴위기를 겪은 이유가 단순한 필수의료 인력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시설, 장비, 관리, 시스템 등 전반적인 응급의료 인프라의 대응 여력 부족 때문”이며 “여기에 현장과 관리감독 기관의 의사소통의 부재도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엇보다 관계당국과 책임기관들의 준비 부족과,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무책임한 관치형 관리지침 때문”이라며 “응급의료의 특수성과 다양한 역할수행의 적절성을 위해 응급의료의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독립적인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 의사회는 현장의 전문가로서,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와 현상황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설 준비와 의지가 있고 수차례 전문가 논의체 구성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답변이 없고 응급의료현장 역시 여전히 재난상태라고 전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경희대병원 교수)은 “현장과 의사소통을 통해 전문가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대응책이 실시간으로 마련될 때 비로소 과학적 방역과 근거 중심의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관계당국과 정부에 다시 한번 성의 있는 응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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