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의 제도 도입과 수가 신설로 가정의학과 경쟁력 높여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 이하 의사회) 2023년 춘계학술대회 및 제49회 연수강좌가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지난 19일 개최됐다.
의사회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위험성 △검체검사 위탁관련 고시 문제점 △의료전달체계 강제성 부여 필요 △가정의학과 경쟁력 제고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의사회는 지난달 복지부와 의협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5대 원칙에 합의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강태경 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된다는 대면진료 우선 원칙과 함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위한 보조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비대면 진료는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하여 정확한 진단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초진 진료는 대면 진료만 가능하게 하여 오진의 위험을 줄이도록 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만하다”라며 “또한 비대면 진료의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와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를 한 점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써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하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의 도구라 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사업초기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펼쳐 고객경쟁을 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겠으나, 어느 순간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에는 의료 공급자나 의료 수익자 모두 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돼 적절한 대체 및 통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인 플랫폼 사업 방식이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와 대가 없는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해 경쟁자를 제거한 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패턴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의사회 측은 비대면 진료를 시장경제 하에서 서비스 업체와 환자와의 계약과 선택에 따른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은 디지털을 이용한 하나의 치료제로써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체계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원격의료산업계가 대통령실에 초진도 비대면이 가능케 해달라는 서신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나왔다.
김성배 부회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기 명줄을 연장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권을 산업적인 요구에 맞춰 포기해선 안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진단을 하면 간단한 증상이 하루만에 급성 충수염으로 바뀌는 경우가 수백 사례나 넘는다”라며 “정부는 이성을 가지고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검체검사 위탁관련 고시의 철회도 요구했다. 의사회는 현 체계하에서 바람직한 일차의료기관의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약이나 검사가 없이 구두 설명 같은 정보 제공만 됐을 때, 의료 소비자가 과연 그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반문했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저수가 및 행위별 수가 체제로 현재의 진료 수가가 실제 양질의 진료를 상정하기 보다는 병원 등록비와 같은 개념”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 진료 수가만으로 일차의료기관이 설립되고 운영되려면 적어도 하루에 100명 이상의 내원 환자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검사가 진료의 일부분화가 돼 검사수가로 부족한 진료수가를 보완하고 있는 구조”라며 “결국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의 롤모델을 상정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진료 수가 인상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선 강제적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성배 부회장은 “현재 수도권에 세워지는 병원들이 지방 의료자원을 모두 끌어오고 있다”라며 “종합병원들이 수도권 병상을 증축하고, 지자체장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병원을 유치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특별한 사정 없이 광역단위 지역을 넘어서는 의료전달이 어렵도록 해 지방의료, 특히 필수의료의 자체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현재 그러지 못해 지역 소멸 및 필수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강제적 의료전달체계상의 문제점은 지역을 넘는 특별한 예외 사정들을 두어 보완할 수 있다”라며 “한 가지 예를 든다면 해당 환자 담당 의사 이외 상급 의사 1인 이상이 동의를 한다면 환자가 지역을 넘어서 적절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1차 의료기관으로의 회송 역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강제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처방 기간이 2개월을 초과하거나, 처방의 큰 틀이 변경되지 않는 반복적인 재진은 상급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중증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드므로, 상급의료기관에서 처방기간 2개월 초과 불가 및 치료계획의 변경이 없는 1년 이상 재진 불가와 같은 억제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이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선택적 주치의제의 활성화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충원 미달에 따른 경쟁력 저하와 관련해선 인증의 제도 도입과 가정의학과 관련 수가 신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강 회장은 “가정의학의 지속성, 포괄성을 유지하는 한계 내에서 노인병세부전문의, 내시경인증의, 초음파인증의, 비만미용인증의, 만성통증인증의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수련 과정 및 교육, 인증, 갱신 과정에 대해 가정의학회와 체계적 연구를 하겠다”라며 “이를 통해 각 개별 카테고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인병세부전문의는 의학회 산하 대한노인병학회와 협력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시경인증의 및 초음파인증의는 수련 개념 확립과 더불어 교육, 인증, 갱신에 자체 커리큘럼 및 타 학회와의 연계 방안을 적극 연구할 예정이다. 비만미용인증의와 만성통증인증의 또한 상기 과제를 수행함과 더불어 현재 프랙티스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대학병원 교수와의 연계를 통해 실제 프랙티스가 학술로 정리되고 간행 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가정의학과 진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행위의 수가화 작업인 △노인병 관련 수가(노인포괄평가, 다약제관리, 노쇠통합관리) △교육상담수가(비만상담, 건강검진결과상담, 심층진료) △가족기능수가(가족기능평가, 가족상담)가 인정받도록 관련된 용역 및 학술 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사전등록 350명을 비롯해 총 5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