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7일은 보건의 날이다.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건강과 보건의 중요성을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건강과 보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의사들에게도 직업적인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날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의사들은 최대한의 의학지식을 동원하고 열과 성을 다하여 피곤함과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며 임상현장, 외래진찰실에서, 수술방에서, 분만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응급실에서 나와는 일면식이 없는 그들을 위해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을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얘기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선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병이나 사고로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The God이요, 상처를 치료해주는 내 앞의 자비로운 모습은 The Saint이며, 병이 치유되고 상처가 아물어갈 때는 The Man이고, 진료비를 내야할 때는 The Devil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우리 MD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4월7일 보건의 날에 도하 언론에 병의원 진료 받던 여성 10명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기준 실태조사 보고서'가 대서 특필됐다.
공익인권법재단인 공감이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를 받아 발표한 진료 과정의 성희롱 예방 기준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의료기관을 이용한 성인여성 1천명 중 12%가량인 120여명이 성희롱 등 성적 불쾌감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로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공간에서 진찰 또는 검사를 위해 옷을 벗거나 갈아입은 것 △의료인(또는 의료기사)이 외모나 신체 등에 대해 성적인 표현을 했다 △진료와 관계없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태에서 성생활이나 성경험을 물었다 △진료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신체를 만지거나 접촉했다 △성생활이나 성적 취향에 대한 불필요한 언급을 했다 △성적농담(음담패설)이나 성적 비하, 의료인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불필요하게 노출하거나 보여줌 등의 사례를 꼽았다.
성적불쾌감을 가장 많이 느낀 진료과목과 진료기관으로는 방문 빈도가 많고 가슴과 배와 성기 등 민감한 부위에 시진 촉진이 빈번한 내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한의원, 치과 순이었으며 성적불쾌감을 준 의료인이나 의료기사의 성별은 남성이 80%, 여성이 38%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의 개선방안으로는 △윤리규정 징계규정 마련 △윤리교육 강화 △진료 지침 마련 △정부의 정기적 실태조사 △성희롱 교육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지방 모병원에서 근무할 때 간호사 퇴근하자마자 직장 때문에 늦게 외래 방문한 낯익은 재진환자의 요구로 Vaginal Dressing과 처방전을 주었던 바 며칠 후 방문한 환자 왈, 진료 끝난 시간에 치료해주는 의사는 거의 없는데 의사와 무슨 관계인데 그렇게 늦은 시간에도 부인과 치료를 받았느냐는 보호자의 추궁에 힘들었음을 토로하는 환자!
그 날 이후 터득해서 지금까지도 일상생활과 진료실 현장에서 댄스플로어나 연습실에서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진리는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고 너무 과도한 관심과 친절은 불필요한 오해의 씨앗이라는 것.
김현식〈강동 댄스 & Sexuality Therapy Clinic 원장,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KODTA) 부회장, SMA DDC 부회장, DAS Korea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