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피어나지도 못한 많은 젊음들이 무참히 스러져간, 누군가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했더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실수와 무책임, 어쩌면 고의에 의한 결과일수도 있기에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용납이 되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많이 회자되는 과거 사건사고 얘기들 중에서 한 두번씩은 접해서 읽어보고 가슴 깊게 새겼을 해난사고에서 지혜롭게 모두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100년전, 아니 그 이전인 160여년전에 확립되었다.
해마다 4월에는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사적이며 슬프면서도 아름답기까지한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Titanic이라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다. 엄밀히 101년전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지순한 사랑의 얘기로 각색되어 영원히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18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중개무역항으로 유명한 리버풀 항구 맞은편에 Birkenhead라는 항구도시가 있는데 1852년 2월 동명의 영국 수송 전함 HMS Birkenhead가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 근처 바다에서 암초에 좌초되는 해난사고를 당했다.
160여년 후 대한민국 진도앞바다 맹골수로에서의 해난사고와는 다르게 연약한 여성들과 아이들이 살아남고 건장하고 힘센 보병연대 병사들과 함장이하 수병까지 대부분의 승조원들이 명을 달리했다. 위험과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이를 회피하고 삶의 길을 택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며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제 목숨부터 구하려고 큰 소동을 벌이고 여성과 어린이들과 약자를 버리는 대신, 함장인 시드니 알렉산더 세튼 대령의 명령에 따라 여성와 어린이들을 먼저 구명정으로 옮기고 460여명의 보병연대 병사들과 함장 이하 수병등 대부분 승조원들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이후부터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라는 훌륭한 전통이 생겼고 그 이후 Titanic 사고 등 해난사고 뿐 아니라 전장이나 대형재난사고 현장과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절제와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여성과 약자를 우선하는, 위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인간성의 진수를 꽃피우게 되었다. 그 이후 명을 달리한 보병연대 병사들과 함장 이하 승조원들은 영국 국민들 마음과 세계인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Sexual Activity에서도 Dance Floor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과 예의와 배려와 보호는 필수적이다. 특히 연약한 숙녀분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흔한 말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다. 가장 소중한 시간들과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내게 허락하고 같이 동행하는 숙녀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면서, 상대방은 그들이 키가 크지 않아도 멋진 모습이 아니어도 무한한 신뢰와 사랑 속에서 서로 깊은 영적인 예술적인 교감이 일어나는 것이리라.
오늘 이 순간까지도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많은 영령을 추모하고 사고수습과 구호업무에 매진하며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많은 이들에 죄송함과 고마움을 표한다. 또한 며칠 남지 않은 한없이 잔인하고 안타까운 사월을 보내며, 위급상황에는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약한 이들과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김현식〈강동 댄스 & Sexuality Therapy Clinic 원장,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KODTA) 부회장, SMA DDC 부회장, DAS Korea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