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응급실 뺑뺑이’ 상상 못해···닥터헬기, 일본 연간 1800번, 한국은 300번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도 급격한 의대 정원 확대가 우리나라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중증외상 의사로 유명한 이 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개최된 ‘명강연 콘서트’에서 “현재 의료계는 벌집이 터졌다. 전문의는 더 이상 배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 교육은 일대일 도제식으로 이뤄져 많은 수를 양성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30년 전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3배 늘었지만 신생아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정작 부모들은 ‘오픈런’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 200만 명을 늘린다고 소청과를 전공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선행해야 할 것은 필수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수련을 거쳐 10년 이상 소요돼 전문의가 돼도 실제로 수련받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적다. (의대 정원 증원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필수의료를 살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불가항력적 의료소송 부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저수가를 해결해야 의사들이 수련받은 진료과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가 망한다는 말은 제가 의대생이었던 30~40년 전부터 나왔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며 “제가 전문의를 취득한 지난 1999년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얼마 전까지는 미용의료관광을 육성한다고 하다가 이젠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미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는 시스템을 갖춰 한국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며 “일본이 연간 1800번 닥터헬기가 출동하는 반면 한국은 미군헬기까지 동원해도 300번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국종 원장은 “이미 한국 필수의료는 초토화됐다. 앞으로 더 이상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며 “의료계가 몇 달째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