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분쟁 조정' 대대적 개편 나선다
정부, '의료분쟁 조정' 대대적 개편 나선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7.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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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료계 모두 불만···'필수의료 기피' 요인 지목
의료사고 예방·소통 활성화···감정·조정 시스템 개선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된 요인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높은 민·형사상 부담이 지목되자 정부가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편안을 꺼내들었다.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2012년 의료사고에 대한 높은 민·형사상 부담이 문제가 되자 소송이 아닌 대안적 분쟁해결(ADR) 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계 모두 의료사고 감정과 조정·중재 절차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이어왔다. 

환자단체 등은 환자 측에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과 조정 절차가 의료계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이어왔고, 의료계도 의료감정의 근거 미흡과 과실 인정 여부를 불문하고 조정을 유도하는 경향에 불만을 보여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의료계와 환자,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제도 개선 협의체' 등을 운영하며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는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사고 예방 및 소통 활성화, 감정·조정 시스템 개선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고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 방향을 검토했다.

우선 위원회는 의료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기관의 사전적 대응, 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의료기관과의 소통을 통한 갈등 증폭 방지가 중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관련 개선책을 논의했다. 

또한 의료기관에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된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아 기관 책임을 강화하고, 진료과별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의료사고 예방‧감시 기능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와 의료인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를 참고해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는 감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조정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정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방안도 세밀하게 검토됐다.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해왔던 감정 기구 구성과 논의 방식 개선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위원회는 감정부 구성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배정' 방식을 채택하고 감정의 방향과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감정 쟁점 선정 시에도 환자‧소비자, 법조 등 비(非)의료인 감정위원이 질의 등을 통해 쟁점을 우선 선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뿐만 아니라 소송 등 조정 이후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되는 감정서에도 당사자가 제기한 쟁점을 충실히 반영하고, 감정부 논의 시 소수의견 기재 절차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의학적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분쟁조정 절차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사고의 실체와 쟁점 등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전문 상담을 수행하고 감정 쟁점 선정 등을 조력하는 (가칭)‘환자 대변인제’ 신설 방안도 논의됐다. 

의료 감정과 관련해 의학적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망, 중상해 등 감정 난이도가 높고 복잡한 사건은 의료인 감정위원을 기존 2명에서 3~4명까지 확대해 교차‧복수 검증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의료사고의 복잡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감정위원단 풀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아울러 위원회는 감정 표준화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 감정위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 교육강화 등을 통해 감정의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충실하고 수용성 높은 조정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한 차례에 그치는 조정 협의를 한 차례 더 확대하고, 환자, 의료인(의료기관)이 조정의 근거로 활용되는 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신청에 따라 재감정, 추가·보완 감정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불복 절차'를 신설할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분쟁 조정제도 운영 모니터링 및 제도 개선을 제안할 별도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감정·조정 결과 등을 국민, 환자, 의료기관 등에 공개해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의료분쟁 조정절차는 지난 2월 공청회를 통해 성안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에서 제시된 형사 특례 적용의 요건"이라며 "향후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 방안을 구체화하고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후 8월 말 제6차 특위에 관련 입법계획을 함께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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