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보험이사 “현 의료상황은 행위량의 증가 유도로 기형적 행태 부추겨”
오는 3월22일(토) 대한의사협회에서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 개최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 이하 대개협)이 오는 5월 202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현 수가협상 구조와 방관만 해 온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국민 건강을 위해 지속가능한 수가협상 제도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7일 ‘2026년 수가협상을 임하며’라는 주제로 의료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박근태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몇 년 간 파행된 수가협상의 전철을 바로 잡고자, 다시 의협으로부터 수가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2026년도 수가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며 “올해 수가협상도 난항이 예상되지만, 지난해 8월 출범한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정책단’을 필두로 합리적인 수가협상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경섭 보험이사(서울특별시의사회 총무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행위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수가 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로 쪼개어 적용키로 함으로써 전례나 법령상 근거도 없는 정책을 강행했고 현행 수가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수가협상 결렬 시 최종 수가 인상 1.9% 중 0.5%만을 환산지수에 일괄 적용하고, 1.4%에 해당하는 재정은 진찰료에 투입하는 사상 초유의 기형적 환산지수 적용 방법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혼란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례 보고시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해 주요 추진 성과로 환산지수 최초 차등 적용을 꼽았으며, 앞으로 5월에 진행할 수가협상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수가 적용을 일괄적 적용이 아닌 차등 적용함으로써 기본의료 쪽, 필수의료 쪽에 수가가 좀 더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며, 올해는 상대가치점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저평가된 의료 분야에 수가를 상향함으로써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금액들이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및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됨으로써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은 더욱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최경섭 보험이사는 특히 “현재의 수가협상에서 사용되는 SGR 모형은 산출 결과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적용 기준 시점이나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목표 진료비 산출 방식의 타당성 문제, 거시적 진료비 관리 기능의 미흡 등 논란이 많다. 객관적 근거자료의 부재 및 그동안 수가 협상시에 이용해 왔던 모델의 한계로 인해 공단은 매년 수가협상이 끝나면 새로운 모형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SGR 모형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수가를 구성하는 제일 중요한 환산지수를 산출하는 근거가 되어온 SGR 모형의 한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SGR 모형은 미국에서 급증하는 진료비를 관리하기 위한 목표예산 모형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환산지수 삭감 신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미국 의회에서 매년 적용 유예를 위해 법안을 수정해야 했기에, 이제는 다른 모델로 전환하여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의료서비스 행위가 저수가인 현 우리나라 의료 구조에서는 SGR 모형은 환산지수정체가 당연한 결과이고, 기존 SGR 모형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의 도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한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료수가의 선별적 인상 역시 의료계의 반응은, 본질을 왜곡한 정책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현 의료 상황은 수가가 지속적으로 낮게 인상됨으로 인해 행위량의 증가를 유도하는 기형적인 의료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수가 모델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강창원 보험부회장도 “공단 재정위원회에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배제되어 있는 상태의 수가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이다. 수가협상 직전까지도 재정 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수가협상에 임하라는 것은 상대방을 협상 대상자로 인정치 않는 태도이다. 협상이 결렬되어도 공단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지만, 공급자인 의료계는 오히려 처음에 공단 측에서 제시한 수가 이하로 정해지는 관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중재할 조정위원회도 없이 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수가협상의 파트너에게 내용을 공유치 않고 통보하는 식의 현 수가협상은 공단의 정책 및 실행 능력의 부재를 반증하는 결과이다. 공단의 일방적인 관행은 지속적인 낮은 수가인상으로 이어져 왔고, 의료 행위량의 증가와 왜곡된 의료 서비스 창출 및 비급여 진료의 상승으로 결국 건강보험재정 및 국민들의 지출을 증가시켜 왔다. 반복적인 협상 결렬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명확한 원인을 규명치 않음은 새로운 정책 개발 및 대화와 타협을 협상장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불신의 간극만 깊게 했다. 재정과 정보의 불균등한 힘에 의한 일방적 정책의 결정 및 집행은 의료계에 패배감 및 상실감만 안겨주었다. 결론적으로 현 수가협상 구조와 방관만 해온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수가협상과 관련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해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오는 3월22일(토) 대한의사협회에서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청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최초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산지수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진현 교수의 발제문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부장이 2026년 환산지수 연구 방향과 현 수가계약의 문제점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제를 할 예정이다.
이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 토의 시간에는 수가협상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과 문제점 및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근태 회장은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정책단’은 앞으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및 보험국 등과 함께 자료조사 및 분석을 통해 원가 이하인 수가의 문제점 및 적절한 수가정책 기준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공단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에 수가인상 요구안 제출, 관련 예산편성 요구 및 협상 진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인 수가정책 개선 방안의 연구개발 및 지속 가능 의료를 위한 수가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보건의료단체와 재정 순증을 위한 협력 거버넌스를 확립하기로 했다. 향후 지속적인 각과 의사회들과의 회의 및 정부, 수요자 측과의 만남을 통해 의견 수렴 및 보험정책단의 정책적 취지를 이어갈 예정이며, 보험정책단의 목표와 활동 방안에 대해 각과의사회의 공감대와 협조를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