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의 협의 통해 선제적인 방역정책을 수립해야"

단계적 일상회복 방식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했다가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내과 의사들이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선제적인 방역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그동안 의료계와 별다른 논의 없이 ‘오락가락 방역지침’은 물론, 한발 늦은 백신접종, 대책 없이 시작한 ‘위드(with) 코로나’ 등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는 이유다.
서울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의료계와 긴밀히 협의해 의학적 근거를 갖춘 선제적인 방역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국민도 안중에 없는 밀어붙이기식 방역 패스는 재고하고 원칙 없는 방역정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우선 “몇 차례의 대유행을 겪는 동안 정부는 비용이나 행정절차를 우선시하는 방침만 결정했다”며 “다음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음식의 간을 보듯이 거리두기 단계만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접종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K-방역의 초기 성과에 취한 나머지 코로나 백신의 조기 확보에 실패하면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백신접종을 늦게 시작했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의사회는 “접종 초기 단계에서부터 백신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았고 예약시스템의 잦은 오류로 국민들의 불만 섞인 항의를 일선 의료기관에서 다 들어야만 했다”며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백신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지침의 마루타가 돼 교차접종을 받아야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본인들의 추진력과 행정력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마음놓고 있었다”며 “현 상황에서 문제되고 있는 면역 취약계층의 부스터샷과 청소년층에 대한 백신접종에 대해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놨다.
특히 이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미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추가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접종대상자임에도 고지를 받지 못하고 접종대상자의 접종 간격도 하루가 멀다고 바뀌다 보니 전화 통화나 내원해 문의하는 대상자들 때문에 코로나 백신 접종의 정상적인 업무에 방해되고 일반진료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접종 초기에도 불안정했던 예약시스템은 1년이 다 돼가고 있는 와중에도 불안정하고 업데이트도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의료기관에 가기만 하면 접종받을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안내를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접종대상자에게 권고하는 백신의 종류도 통일되지 않아 정부로부터 모든 백신을 적기에 충분히 받는 ‘백신 마트’가 아닌 이상 현장에서의 혼란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의사회는 “백신접종이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잠재우고 일상 회복을 위한 지름길임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백신 패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신패스 적용시설의 기준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사유로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국민에 대한 예외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의사회의 진단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신의 안전성을 고려해 자율에 맡겼던 청소년층의 백신접종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백신접종의 효과와 이상 반응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않고 강압적인 백신 패스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정부가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19 발생의 추이와 해외의 유행상황을 통해 예측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선제적인 지침을 마련했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갈팡질팡하는 코로나19 정부 정책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했다. 정부는 백신접종 지침의 잦은 변경을 당장 중단하고 현장에서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