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57%, “배치 타당치 않다···민간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 심각”
이성환 회장, “지역사회, 민간의사 채용 시도조차 안 해···적극적인 개선 필요”

부적절한 공중보건의사 배치로 인한 보건의료기관의 의료공백이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것이며, 공중보건의사를 단순한 ‘민원받이’로 쓰고자 하는 행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 이하 대공협)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3년 1월부터 12월 한 달 동안의 보건지소 의과 진료실적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및 주요 광역시(도서 지역을 포함한 인천광역시 제외) 및 진료 건수가 0건인 곳을 제외하고, 전국 1228개의 보건지소 중 791곳(64.4%)은 일평균 5명 이하의 환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평균 3명 이하의 환자를 보는 곳은 524곳(42.7%), 일평균 1명의 환자도 채 보지 않는 곳이 170곳(13.8%)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공협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기준 서울 및 주요 광역시(도서 지역을 포함한 인천광역시 제외)를 제외한 전국 1275개의 보건지소 중 반경 1km 이내에 민간의료기관(의원 및 병원)이 존재하는 보건지소는 총 526곳(4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경을 4km까지 확대할 경우 818곳(64.2%)이 해당된다.
이와 함께 320명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57.8%가 ‘보건의료기관 내 자신의 배치가 타당치 않다’고 평가했다. 배치의 타당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민간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54.2%)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공보의와 민간의료기관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민간의료기관 주변 공중보건의 미배치(축소)’가 67.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보건의료기관의 의료공백이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값싼 공보의에만 의존하려고 하는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면 단위에도 민간의료기관이 많이 들어와 진료 기능이 충분하지만, 지역사회가 ‘민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보건지소의 건강생활센터로의 기능전환이나 폐소 등 제도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지소에 공보의를 배치해 순회 진료를 함에 따라, 무의촌인 곳에서는 실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며, 1차 진료 의사가 필요한 노숙자진료소 등의 기관과 예방과 행정 업무 등 공중보건의사가 필요한 곳의 배치가 제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농어촌 보건의료 특별조치법 시행 이후 반세기나 흐른 지금도 공보의에만 의존하며 보건소에서의 실제적인 민간의사 채용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실제 전라북도 부안군의 경우 공중보건의사 20명(의과·치과·한방)을 1년간 고용하는데 고작 2억1600만원(1인 연간 1080만원)과 소정의 여비만 지자체가 부담하며, 민간의사 채용에는 0원을 책정했다.
이성환 회장은 “단 한 명의 민간의사 채용조차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재정 문제로 민간의사를 채용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과, 실재하지 않는 보건의료기관의 의료공백을 부르짖는 이면에 공중보건의사를 단순한 ‘민원받이’로 쓰고자 하는 행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중보건의사의 배치 적절성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호도되는 모호한 의료공백이 아니라 무의촌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의료전달체계와 질환에 따른 문제를 합리적으로 세분화해야 하며, 지자체 역시도 보건복지부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