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강력 반발 “끝까지 싸울 것”
대한의사협회,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강력 반발 “끝까지 싸울 것”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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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2025년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기자회견 개최
작년 1.6% 인상률은 현실 반영 못해···합리적 인상률 위해 최선
SGR 모형 폐기 요구···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강력 반대
“일방적 협상 구조 반복되면 결렬 불가피”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제1차 수가협상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2025년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수가협상단 최성호 단장과 강창원, 최안나 위원이 참석한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최성호 단장은 올해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와 차기 집행부 구성 등으로 인해 수가협상단 구성이 예년보다 늦어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는 임현택 회장이 당선되어 42대 집행부가 출범했고, 저도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새로운 집행부로서 의료계의 밝은 미래를 구상하고 실현해야 할 기대감이 컸으나, 현재의 의료 상황은 참담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한의사협회 이름으로 수가협상에 임하는 것이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준비 기간이 짧은 것보다 매년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인상률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수가협상이 반복되는 상황이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 되풀이될까 가장 염려된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환산지수가 역대 최저인 1.6% 인상률을 받은 것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물가, 임금인상, 고금리 등 경영환경 악화와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하여 현실적인 인상률을 주장했음에도 공단은 밴드와 순위를 이유로 일방적인 수치를 통보해왔다. 현실적인 인상률과 실제 인상률 간의 괴리가 너무 커 수치를 제안하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 구체적인 수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회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조금이라도 높은 인상률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건보공단이 올해도 SGR 모형에 더해 다양한 수가결정 모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최 단장은 “SGR 모형은 미국에서도 폐기된 모형으로 문제점이 많지만 대체할 모형을 찾지 못해 기존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단은 SGR 모형에 대한 의협의 강력한 문제점 지적에 따라 여러 모형을 참고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참고하고 반영하는지 공유하지 않고 있다. 어떤 수가 모형도 의료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어느 모형을 사용하더라도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단의 연구 결과에 의해 정해진 순위를 무조건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현실에 맞는 수가 조정이 불가능하다. 연구용역을 통한 순위에 얽매이지 않는 실효성 있는 협상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했다. 이에 대한 의협의 전략을 묻자, 최 단장은 “작년도 진료비 증가율이 타 유형과 비교해 낮다고 하더라도 건보공단의 수가 연구모형에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 공단이 수가모형을 통해 산출된 수치에 의한 순위를 절대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현실과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를 반영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단체별 순위에 따른 배분 방식을 배제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필수의료 패키지로 인해 올해 수가협상에서 ‘환산지수 차등 적용’이 쟁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에 대한 의협 수가협상단의 입장을 묻자, 최 단장은 “지난해 수가협상 결렬 이후, 재정운영위원회 권고에 따라 건정심에서 환산지수 차등 적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의협은 별도의 재정투입 없는 환산지수 차등 적용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정부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통해 필수의료항목의 선별·집중 인상 계획을 밝힌 만큼, 수가협상에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또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는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 불가, 단체별 순위 적용 배제, 수가협상 회의 생중계 등 2가지 선결 조건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1차 협상에서 건보공단이 먼저 진료비 데이터를 공개하고 2차 협상에서 공급자단체가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최 단장은 “건보공단이 먼저 자료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상식적이므로 순서가 변경된 것은 다행이지만, 단순히 설명 순서 변경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열린 수가협상 상견례에서 의협 회장이 불참한 것에 대해 최 단장은 "수가협상의 불합리한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밴드를 각 유형이 나눠야 하는 비상식적인 절차가 반복됐다. 최근 정부의 잘못된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료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상견례 불참은 단순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실효성 없는 수가협상 제도의 개선을 위해 무너져가는 의료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종 수가협상 결과가 타 유형에 비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렬을 선언한 경험이 있는 것에 대해, 최 단장은 “원가 이하의 수가체계와 수가인상을 위한 협상 및 계약 구조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의원급 수가협상은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 체결된 횟수가 절반이 채 안될 만큼 결렬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크다.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경우 결렬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년 수가협상에서 밤샘 협상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최 단장은 “수가협상은 구조적으로 동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이루어져 왔다. 소모적인 밤샘 협상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밴드의 사전 공개와 함께 산출 근거가 공급자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도 밤샘 협상은 반복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최 단장은 “지금까지 수가협상단은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회원들의 피해와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대승적으로 협상에 참여해 왔다. 정부가 더 이상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지 않도록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수가협상 논의 과정에서 현행 의료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정책이 강요된다면 협상단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다. 올해 협상도 일차 의료와 필수의료의 가치가 왜곡되고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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