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사회 고문들이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의료계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견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아스토룸에서 ‘고문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황규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계가 매우 엄중한 시기를 맞았다. 마땅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아 너무나 안타깝지만 서울시의사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의사단체로서 지금도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의료계의 중심인 의협을 잘 보필하며 우리 자리를 잘 지킨다면 희망과 해결책이 분명히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 계신 고문님들이 많은 조언을 주며 도움을 주시면 더 빨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애 대의원회 의장은 “올해 의장에 선출됐는데 가끔씩 주위에서 어려운 시기에 왜 힘든 직을 맡아 고생하냐고 묻기도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성이 있고 힘을 합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현재 서울시의사회 집행부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열정과 추진력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대의원회는 집행부의 조력자로서 회원 권익을 위해 늘 귀를 열어 놓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전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서울시의사회가 시스템을 매우 체계적으로 잘 갖추고 있어 의협도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의료계가 하나가 되는 데 있어 누구보다 고문님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의사가 아닌 사람들을 그들의 용어로 설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경섭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가 서울시의사회 회무에 대해 보고했고 한광수 고문이 건배사를 제의하며 만찬이 진행됐다. 한 고문은 “저도 의협에서 투쟁을 하다가 구속까지 된 적이 있다”며 “엄중한 시기에 황규석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광수 고문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서울시의사회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가 앞서 구속된 김재정 당시 의협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의료계 집단 휴진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옥고를 치룬 바 있다. 의사면허까지 취소됐다가 7년 만인 지난 2007년12월 특별사면·복권으로 면허를 되찾았다.
만찬과 함께 최경섭 총무이사의 제안으로 고문들의 격려사와 함께 최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직전 회장은 “현재까지 저를 포함한 의협 비대위 관계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곧 검찰 송치가 예상된다”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빠른 기간 내에 원상복구토록 노력하며 무엇보다 한광수 고문님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의료계가 철저히 반성하며 출발하고 지금까지의 길을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왔다”며 “앞으로 의협이 중심이 돼야 하고 특히 의협의 중심은 서울시의사회이기 때문에 황규석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려는 순간이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고문님들이 많은 도움을 달라”고 밝혔다.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직전 의장은 “저는 늘 대의원회가 무조건적으로 정책에 대해 반대만 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한다”며 “최강 서울시의사회로서 싸울 일이 있다면 과감히 싸우고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와 한국여자의사회장을 역임한 박경아 고문은 “기초의학 교수들도 퇴임 후 갈 곳이 있지만 해부학 교수들은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하는데,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한 후 교수 인력이 부족해 해부학 교수 수요도 높아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며 “앞으로 얼마나 ‘러브콜’이 올지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한경민 고문은 “뉴스만 켜면 우울한 소식만 계속 들려오지만 그래도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저희 의원을 찾아오는 환자와 보호자 분들에게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호 고문은 “의료계는 사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상황인데, 현재 매우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앞으론 다시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임현선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이날 참석한 집행부를 대표해 “서울시의사회는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게 황규석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모든 열정을 다해 일하고 있고 특히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문님들의 좋은 말씀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끝으로 황규석 회장은 “만약에 정부가 현재 상황을 되돌린다고 해도 미래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상황이 됐다”며 “이젠 최고의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먼저 나서 선제적으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시의사회는 무엇보다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의사회는 서울시와 적극 협력해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