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의료계 10대 뉴스] ② 필수의료패키지, 의료대란 초래 “국민 등 터져”
[2024 의료계 10대 뉴스] ② 필수의료패키지, 의료대란 초래 “국민 등 터져”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12.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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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매년 2천명 증원...의료계 ‘의견수렴 없었다’ 반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 발표로 촉발된 2024년 의료계 파업 사태가 유례없는 의료 대란으로 이어졌다.
 
전국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교수진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진 이 사태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마비를 초래하며 ‘의료 안보’라는 새로운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6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5학년도부터 5년간 매년 2000명씩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이 계획은, 지난 2006년부터 19년간 동결된 현 정원 3058명의 65%를 한번에 증원하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정부는 증원의 근거로 한국의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을 제시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2.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7명에 크게 못 미치며, 2035년에는 고령화로 인해 의사 1만 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70% 증가하면서 입원일수 45%, 외래일수 13%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의 의사 수는 미국(2.7명), 일본(2.6명) 등 유사한 의료체계를 가진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오히려 의료 접근성과 진료 횟수는 OECD 상위권이라는 반박이었다.
 
더불어 전공의들의 주 80시간 근무,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사처벌화, 필수의료과목의 극심한 저수가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지난 2월20일부터 전국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4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9006명이 실제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국 22개 의과대학에서도 3025명의 학생이 휴학을 신청하며 동참했다.
 
6월에는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진의 54% 이상이 집단 휴진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대됐다.
 
현장의 혼란은 컸다. 강원 양양의 다리 괴사 환자는 3시간30분을 떠돌아야 했고, 대전의 한 사지마비 환자는 8개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했다. 전남 강진의 토혈 환자는 1시간30분을 이동해 광주까지 가야 했다. 응급실 대기 시간이 크게 늘었고, 수술 취소와 진료 예약 거부도 속출했다.
 
정부는 군 병원 총동원,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등 비상 대책을 시행하는 한편, 강경 대응에도 나섰다.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의사협회 수장 2명의 면허를 취소했다. 4월에는 증원 규모를 1500명으로 하향 조정하고, 6월에는 지역의사 특별전형 신설과 수가 체계 개선안을 제시했다. 9월에는 군의관.공보의 의무복무 단축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원 증원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의료계는 현재의 저수가 체제에서는 비급여 진료나 과다 진료 없이는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안과 의사의 평균 연봉이 4억5837만원인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1억원에 그치는 등 진료과별 수익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현재 전공의 복귀율은 70%까지 회복됐으나,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응시 거부로 추가 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1월에는 대전협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 불거졌고, 의사협회는 근본적 의료개혁을 요구하며 추가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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