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의료계 10대 뉴스] ⑤ 전공의 집단사직, 의료현장 붕괴 초읽기
[2024 의료계 10대 뉴스] ⑤ 전공의 집단사직, 의료현장 붕괴 초읽기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12.2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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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5명 전공의 사직, 환자 피해 속출···정부 대응 한계

2024년은 의료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 해였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과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는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내며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국민 피해가 이어지며, 이 사태는 올해 의료계를 대표하는 사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정책적 목표와 현장의 반발이 충돌하며 장기화된 갈등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게 큰 과제를 안겼다.
 
전공의 집단사직의 직접적 계기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6일 발표한 ‘2025학년도부터 매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5년간 늘리는 의료 정책 패키지’였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고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이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의료계는 충분한 협의 없는 정책 강행이라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집단사직이 시작됐다. 전공의들은 정책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월19일 기준으로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의 55%에 해당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실제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630명으로, 전체의 25%에 해당했다. 이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수술 취소와 진료 지연 등 환자 피해가 이어졌다. 정부가 설치한 피해 신고센터에는 34건의 피해가 접수됐으며, 이 중 25건이 수술 취소 사례였다. 중증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칠 것을 우려하며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정부는 비상진료대응체계를 가동하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는 등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전임의와 교수들만으로 진료를 유지하며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의료진의 피로도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통령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2~3주는 유지 가능하나 이후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정부와 의료계는 7월부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요구한 반면 정부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 여론도 의료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긍정적 의견이 높았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근거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고,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을 비판하며 필수의료 분야 지원과 전공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11월이 되자 정부는 대통령 직속 필수의료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정책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대다수는 구체적인 대책 발표 전까지 집단행동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장기화된 집단사직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현재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는 의료 공백을 심화시키고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태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양측의 대화와 협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 과정이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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