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PA 간호사(전문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간호법이 지난 8월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법은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지난 8월28일 오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빠르게 통과한 후, 오후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의 압도적 표결로 가결됐다.
앞서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간호법안이 처리됐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후 재표결 끝에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정부의 무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로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휴학 등 의료인의 이탈과 함께 의료대란이 장기화됐고, 이에 해결책으로 정부가 ‘전공의 없는 병원’을 추진하며 간호사의 역할이 강조되자 여.야가 간호법 통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간호법은 강선우.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세 건의 ‘간호법안’과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것으로,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던 간호에 관한 사안과 간호 인력의 양성 수급 및 노동 환경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체계로 제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간호사의 업무에 진료지원 업무를 추가해 규정했으며, 진료보조 및 진료지원 업무의 구체적 범위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의료계는 간호법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 대변하는 법안”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법안이 의료법 체계를 벗어나고 타 직역의 업무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안임을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간호법은 그 내용뿐 아니라 법체계적 형식에 있어서도 큰 문제다. 의료인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는 의료법 체계에서, 간호법만 따로 만드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간호법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대혼란과 국민건강에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상호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체계에서 직역 간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간호단독법안은 의료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역시 “간호 직역에 대해 진료 보조업무 범위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할 뿐만 아니라, 투약 등을 포함한 의료행위에 대해 포괄적 위임을 받아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결국 간호법은 환자들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더욱이 임현택 前 의협회장은 의협 회관 앞 천막 농성장을 차려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였으나, 끝내 간호법 법제화를 막지 못했다.
간호단체들은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간호법 제정을 환영했다. 간호사가 소속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불법의료 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가 해도 되는 직무와 하지 말아야 할 직무가 명확해져 국민 모두에게 안전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며 “대한민국은 앞으로 간호법을 통해 보건의료의 공정과 상식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 이후 내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시행령 등 진행 상황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1월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간호법 시행 관련사항’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조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서울특별시간호사회 조윤수 회장 역시 지난달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00년 묵은 틀을 벗기는 게 힘들었지만 결국 간호법은 제정됐다. 이제 더 나은 간호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바탕을 하위법령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며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을 하도록 법령에 정해졌지만 간호사회가 적극적으로 정책연구에 집중해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여.야 공감대 형성···내년 6월 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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