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묶음수가·성과보상제 의료 질 저하 우려 제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묶음수가·성과보상제 의료 질 저하 우려 제기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5.03.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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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사례 분석···의료 서비스 질 저하 확인
의료비 절감 최우선? 환자 치료 기회 감소 가능성
신중한 정책 설계 필요···충분한 사회적 논의 강조

정부가 추진 중인 묶음수가 및 성과기반 보상 지불제도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관련 국가 사례를 분석한 ‘묶음수가, 성과기반 보상 지불제도 부작용은 없는가?’라는 주제의 이슈 브리핑을 통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묶음수가와 성과기반 보상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지불 모델이다.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묶음지불제(BPCI)는 특정 질환이나 치료 단위를 기준으로 의료비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비계획적 의료 서비스나 재입원 등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미국의 책임의료조직(ACO) 모델은 병원과 의료진이 협력해 환자 중심의 의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부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모든 ACO가 동일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고, 비용 절감과 임상 결과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

영국의 성과보상지불제(QOF)는 치료의 질 향상을 목표로 도입됐으나, 프로그램 시행 후 효과가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정적 인센티브가 의료의 질 향상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 방향이 의료비 절감과 지출 증가 속도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묶음수가 제도는 정해진 진료비 내에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가 검사나 치료가 제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합병증 진단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성과기반 보상제도의 경우, 의료진이 특정 성과지표를 충족하는 데 집중하게 되어 개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환자 만족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 의료체계에 적합한 모델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며 “의료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가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정부는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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