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보좌관은 "원하면 레벨D 지급"···'물량 충분하냐' 질문엔 "확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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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D 방역복 대신 가운을 착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대한공보의협의회와 지역의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질병관리본부가 이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설명자료에 담긴 내용도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애매한 설명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검체를 채취해야 하는 의료진 등에 방역복 대신 가운을 착용하도록 한 데 대한 해명에 나섰다. 질본은 "전신보호복 대신 착용해야 하는 가운은 일반 가운이 아니라 '일회용 방수성 긴팔 가운'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질본은 또 “레벨 D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 등에게 레벨 D보호복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이 또다시 논란을 야기했다.
당장 현장의 의료진들이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레벨 D 보호복 착용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등 표현의 애매모호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이 설명자료를 SNS에 인용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여 보좌관은 SNS 게시글에서 “레벨D 보호복을 ‘원하는’ 의료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설명자료에는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이라고 적혀 있어 당국이 누가 착용할 지를 정해주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여 보좌관은 의료진 본인이 원할 경우 착용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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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료인들은 여 보좌관의 SNS에 직접 댓글을 달아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정현돈 서울강한정형외과 부원장은 댓글을 통해 “‘의료진 본인은 착용을 원하지만, 상부에서는 착용을 해야 하는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까지 반드시 100% 지급이 된다고 보장하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에 여 보좌관은 “(레벨D 보호복과 가운) 두 가지 중에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자료 마지막 페이지에 짙게 표시된 부분이 해당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설명자료 어디에도 ‘원하는’이라고 명시된 부분은 없다. 또 여 보좌관이 말한 ‘짙게 표시된 부분’도 자료만 봐서는 선택하도록 했다는 의미로 보기가 어렵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해당 내용은 방역관이나 공무원들이 레벨 D 착용 불가를 판단하면 방역복을 안 주겠다는 것이냐”며 “레벨D 방역복을 착용해야하는 상황을 판단하는 '주체'를 명확하게 의사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이 방역복 없이 검체를 채취하다가 감염되면 슈퍼전파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원관리팀 관계자는 '방역복 물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본지의 질문에 “현재까지는 지원 가능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물량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현재까지는 방역복 물량이 충분한 것이냐'고 묻자 “충분하다고 확답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 부족한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설명자료와 마찬가지로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조중현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공문에 어구가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따지기보다 지금은 현장에 레벨 D 방역복이 도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일단은) 레벨 D 방역복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 자체에 안심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