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 기피가 문제"···의료환경 개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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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해 공공의대를 설치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체계 전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18일 밝혔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경실련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려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주장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예로 들며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반해 의사는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의사수는 매년 3200명이 추가로 배출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면허 의사 수는 1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닌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OECD 건강통계(OECD 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OECD평균 5.9회),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지표도 OECD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앞서 '전국 시도별 의료공백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며 2020년 한 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사망자 수가 2만 244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10만 명당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는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료가능 사망률(AM, Amenable Mortality Rate)'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충북(50.56명)을 꼽으며 지역 간의 의료 불균형을 지적하기도 했다.
의협은 “‘치료가능사망률’을 살펴보면 경실련이 통계자료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라며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M은 42.0명(OECD 평균 74.4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또한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의 수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OECD 5위 수준에 해당되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 환경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와 의료사고 책임 등으로 인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 다각적인 지원을 강화해 필수·공공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다른 걱정 없이 환자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