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는 길
의사가 되는 길
  • 서윤석 편집장
  • 승인 2024.08.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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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편집장의 시선 (4)
서윤석(서울의대 북미동창회보 시계탑 편집장)<br>​​​​​​​시문학 등단, 전 북미주서울의대동창회장
서윤석(서울의대 북미동창회보 시계탑 편집장)
시문학 등단, 전 북미주서울의대동창회장

여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의 임상실습 연수과정을 온 학생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금년에도 모교 4학년 학생 16명이 미주동창회를 방문해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총명하고 젊은 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바로 이 사람들이 어려운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잘 이겨내고 올라온 우리 의학계의 앞날을 이끌어갈 가장 스마트한 선택된 엘리트가 아닌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평균적으로 다른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학업을 끝내도 요즈음 취직난이 심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50대가 되면 한창 일을 할 나이에 다른 직종들은 퇴직을 해야 되는데 의사들만은 그래도 평생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되는 직업 중 으뜸이기 때문인지 현재는 가장 우수한 학생이 의과대학을 선택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의사가 되려는 과정은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일제시대에는 3~4년제의 의학전문학교를 나오고 의사가 되기도 했고 경성 제국대학 예과를 거쳐서 7년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는 해방 후 오랫동안 모두 6년제를 거쳐 의사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 최소한 8년이 걸려야 의과대학을 졸업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간 미국과 비슷한 제도로 변화를 하다가 뜻밖으로 앞으로 다시 6년제로 되어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미국에서는 학부에서 원하는 필수 과목을 이수하고 좋은 GPA(3.5 이상)와 MCAT점수를 받으면 의과대학 지망 원서를 제출하는데 여러 활동 경력을 함께 추천서와 같이 제출한다. 그리고 면접을 한다.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남을 돕는 직업이 의사만은 아닌데 왜 하필이면 의과대학을 택했는가?’, ‘앞으로 긴 세월 공부에 시달릴 것이며, 그리고 나서도 이제는 보수가 좋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래도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가?’, 이런 질문에 아주 합당한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좋다. 물론 지원자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생명에 대한 존경심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하는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면 인터뷰에서 면접관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의사가 된 후에도 의사들의 생활엔 늘 필요한 의학공부와 인터뷰가 따라다니는데 이것은 의사라는 직업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힘들고도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판단력과 사회성이 요구되는 천직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필요한 건강과 긴 시간, 많은 학비,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만 40~50만불(한국 돈 4~5억원)이 요구되는 어려운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의과대학을 나오고도 어렵고 긴 전문 수련과정이 요구된다. 
 
점차로 분화되는 전문의 과정(4~7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기본적인 생활비만 받고 그 과정을 모두 마쳐야 된다. 이때부터는 의학을 직접 환자를 다루면서 임상경험을 체득하는 의술의 핵심을 배우는 제일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끝내면 요즈음의 의료인들은 개인개업을 하는 것은 힘들어졌고 그룹으로 하거나 대학병원 혹은 커다란 병원 시스템에서 수백명, 수천명이 같이 일하게 된다.(대학병원, 종합병원에 취직, 미국Kaiser 병원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 고등학교를 졸업 후 13~15년이 소요된다. 한 명의 전문의가 되려면 만으로 32~35세가 된다. 아마도 이때쯤이면 가정도 꾸리고 자식도 태어났을 것이다. 긴 긴 시간을 꽃다운 청춘을 몽땅 의학공부에 바친 셈이다. 사회는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야 할까? 금전 만능주의가 된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이 학비로 사용한 30~40만불 가까운 빌려 쓴 빚을 언제나 갚을 수 있을까?
 
필자는 우수한 젊은 의학도 중 많은 수가 수입이 좋은 밤에 응급환자가 없는 깨끗하고 쉬운 과목만을 지원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우리 서울대병원에서도 흉부외과나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과목에는 수련의 과정에 지원자가 없어서 타 지방대학 졸업생이 자리를 메꾸어야 한다고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한편 우리가 몹시 아파서 한밤중에 병원 문을 두드릴 때, 정작 우리를 치료해 줄 의사가 누구일까를 상상해 본다. 큰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태로울 때 올바른 조속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의 현 의료시스템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의료 보험의 수가 조정, 우수한 학생에게 중요한 과목에도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해결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50년 전에는 가장 우수한 이과계통의 학생이 공과대학을 지망했는데 요즈음은 공대는 정원미달이라고 한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게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나라이다. 
 
의료 소송자제, 의료보험, 수가의 재조정,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관리감독등 조속한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좋은 학생이 중요한 과목도 지원하도록 격려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마찬가지로 미래의 의학계를 이끌어갈 이 귀한 인재들에게 희소식이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항상 생명을 경외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배우려는 우리 후배 젊은 의학도들을 볼 때 필자는 그래도 우리 의료계의 미래에 큰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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