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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주 추석 연휴는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응급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하 23일 응급의료 상황에 대해 밝히며 “9월 23일 현재 기준, 전국 411개 응급실 중 406개 응급실이 24시간 운영 중이며,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등의 응급실에서 일부 시간 응급실 운영이 중단됐다”며 “명주병원의 경우 비수련병원으로 최근 응급의료 상황과 무관하게 병원 내부 사정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20일 응급실 내원 환자 수에 대해 “총 1만4294명이다. 이는 평시 1만7892명 대비 80% 수준”이라며, 후속진료(배후진료) 상황에 대해선 “이 중 경증 및 비응급 환자는 5851명이다. 이는 평시 8285명 대비 71%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상황에 대해선 “지난 20일 정오 기준 180개소 중 27종 중증응급의료기관별 평균 진료 가능 기관 수는 102개소”라며, “9월 2주 주중 평균 102개소였던 것과 같은 수준이고, 평시 평균 109개소였던 것에 비해 7개소 적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추석 연휴 이후 응급의료 상황은 전반적으로 연휴 이전 비상진료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라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민, 의료진, 지자체, 소방, 경찰 등 관계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고와 헌신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1:1 전담관 지정·운영, 인력 채용 재정 지원, 건보 수가 지원 등 범부처, 지자체 협조체계를 통해 개별의료기관의 현황과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긴장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급의료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응급실 이용수칙에 적극 협조해 주시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드린다. 또한 의료진들께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 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와 함께 지자체, 소방, 경찰 공무원분들께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해 주시는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은 증상이 경미할 경우 우선 동네 병·의원을 찾아주시고, 큰 병이라 생각되면 119에 신고하시는 등 응급실 이용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지난주 추석 연휴부터 “우려했던 ‘응급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응급의료현장에선 혼란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23일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지난 9월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전국 각병원의 응급실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알린 진료제한메시지는 총 1879건으로 2023년 추석(총1523건)보다 23.4%(+356건) 증가했다. 작년 추석 연휴가 6일이나 됐던 점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많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인력부족으로 인해 표출된 진료제한메시지가 2024년 추석 연휴기간에 총 645건으로 전체 진료제한메시지의 34.3%에 달했고, 2023년 추석연휴(총383건)에 비해 68.4%(+262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민 의원은 “복지부가 추석에 응급실 환자가 작년보다 줄어 큰 혼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제로 응급실 의사들의 혼란이 더 많았음은 진료제한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복지부는 응급실 진료비를 올리며 국민을 겁박하고, 의사들이 명절에 근무하면 진찰료 더 주겠다고 할 게 아니라 무리한 의대증원 확대로 인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추석 연휴 동안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응급실 근무 시간도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지난 19~20일 양일간 34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응급실 근무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지난 2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전체 89명 중 28명(31.5%)이 48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응답했고, 9명(10.1%)은 64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다.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3명, 3.3%)도 있었다.
62명(69.7%)은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고, 15명(16.9%)은 16시간 이상, 이 중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