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제 두려움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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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암은 ‘운이 나빠 걸리는 병’이 아니라 ‘잘 알고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는 병’이 됐다. 최준석 과학 기자는 신간 ‘암, 의사에게 자세히 묻다’에서 우리가 몰랐던 암 치료의 현실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 책은 저자가 3년 동안 전국 병원을 돌며 암 전문의 50명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암 환자가 가장 많이 걸리는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간암, 췌장암, 갑상선암 등 ‘10대 암’을 다루며, 치료법과 최신 의학 기술, 환자들이 놓치기 쉬운 정보들을 쉽게 풀어준다. 특히 ‘3분 진료’가 일반적인 현실에서 환자들이 궁금해도 묻지 못한 질문들—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로봇 수술, 임상시험 등—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암을 정복하기 위한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폐암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우리는 폐암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고, 이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유방암은 ‘선진국형 암’이라 불리며,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매우 높다. 반면 췌장암은 여전히 조기 발견이 어려워 가장 두려운 암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췌장암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4기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암 치료의 역사는 전쟁과도 관련이 깊다. 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질소 겨자 가스’가 최초의 항암제 개발로 이어졌고, 당시 생화학무기가 암세포의 빠른 분열을 막는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항암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100.1%에 달하는 이유가 ‘암 진단을 받은 후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사실도 흥미롭다.
이 책은 단순한 의학 지식서가 아니다. 암이라는 거대한 적과 싸우는 의사들, 그리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암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혹은 암을 미리 알고 대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암을 아는 것이 곧 암을 이기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