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로운 배정위 중심의 협의체 구성 논의 등 상임위의 협의체 제안 모두 거부
충격적인 “회의 자료 파기” 답변···위증, 은폐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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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연석청문회에서 정부의 졸속·날림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는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차원에서 배정심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 재구성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지만, 정부가 끝내 거부했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위와 보건복지위는 각각 ‘의학교육소위원회’와 ‘의료개혁소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6일 오전 10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는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문제가 각 위원회 소관과 모두 관련이 있다는 판단하에 ‘국회법 제63조’에 따라 교육부와 복지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책임자와 관련 인사들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소환해 진행됐다.
◆ 정부의 배심위 숨기기···위증, 은폐 논란도
본 질의 시작 전부터 정부의 자료제출 미흡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정부는 배정심사위원장의 증인 제외를 전제로 충분한 자료제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3일 서면 자료를 통해 “의대정원 배정위원회가 비상설·비법정 위원회로 공공기록물법 시행력 18조에서 정하는 회의록 의무작성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정부가 익명성 보장을 약속했다”며 제출을 거부했고, 이후 제출한 자료의 미흡함을 지적하자 “참석자 전원의 동의를 구해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자료 요청을 했을 때는 그런 말씀을 안 주셨다. 국회를 조롱하고 농락한 것”이라며 “무엇이 두렵길래 파기했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3월 15일, 17일, 18일 (회의록을) 다 파기했다”고 답변했으나, 오후 백혜련 위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서 다시 “회의록 파기가 아니다.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고, 참고한 자료를 폐기한 것”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보여 위증과 신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논의 끝에 김 위원장은 속기록 확인을 위한 정회를 결정했고, 확인 후 오 차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다”며 해명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청문회 막바지인 오후 추가 질의 중 위원들에게 ‘2025학년도 의대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1·2·3차 회의 자료’가 전달되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불거졌다. 강선우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제출한 회의 자료가 회의 관련해서 오롯이 남아있는 유일한 자료라고 했다”며 “오전에도 회의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상세한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오석환 차관이 “파쇄된 것 말고 파일로 보유된 것들은 이번에 찾아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위원들 사이에서 “너무하는 것 아니냐.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거짓말이지 않냐”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영호 위원장 역시 “교육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이 문제는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질책했다.
또한, 박주민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SNS 게시글과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참석 여부에 대해 질의한 부분에서도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이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죄송하지만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지속 답변을 거부하자 “대답을 피할 사유가 없다. 국회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북도청 소속 보건복지국장이 회의에 참여한 점, 충북대의 증원 인원이 가장 많은 점 등을 언급하면서 “이 결과를 놓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고 믿으라고 한다”며 “국회가 우습나?”고 공분을 표했다.
◆ 졸속과 날림 행정, 현장 확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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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고민정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졸속과 이런 날림이 없다. 이건 뭐 거의 관심법 수준”이라며 “현장에 점검도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옛날 자료가 다 맞다면’ 그리고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다면’.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라고 배정위를 만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윤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시도별 의사 수와 의대 증원 규모를 근거 자료로 “합리적이라면 의사가 적은 곳에 많은 의대정원을 배정해야 하고, 의사가 많은 곳에는 적은 배정을 하는 양상이 보여야 하는데 들쭉날쭉하다”며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여당 소속인 김예지 위원(국민의힘) 역시 “현장에서 교수님들이 많이 사임하고 있다. 11월까지 의평원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자료가 미비한 학교의 경우에도 증원된 학생을 적용할 생각이냐”며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체평가에서도 불인증이 드러났는데, 늘어난 입학 정원을 감당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교육부와 복지부가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이주영 위원(개혁신당)은 “(의대 교육) 커리큘럼을 열어본 적 있느냐”며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의대 공부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이걸 보는 순간 의대 쪽과 협의 안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커리큘럼 개선’ 등을 언급하자, “개선하는 동안에는 파행으로 교육받아도 되냐.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파행이 안 된다고 자신하시냐”며 “이러니까 의료계에서 신뢰를 못 하는 것이다. 이거 보시고 나면 국민도 신뢰 못 하실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충북대 더비, 고창섭 총장 vs 배장환 사직 교수
충북대 고창섭 총장과 배장환 사직 교수(전 충북의대 비대위원장)의 날선 공방도 눈길을 끌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충북의대 200명 증원에 대해서 배장환 교수는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고 평가한 반면 고창섭 총장은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배 교수는 의대교수가 의대증원에 긍정적이었냐는 김준혁 위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총장이 긍정적이었다”고 답하는 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충북의대의 정원이 늘어날 경우 교육의 질에 관련해서도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뒤에 있는 학생들은 카데바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후퇴하면 후퇴했지 절대 전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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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성국 위원(국민의힘) 질의에서 고 총장은 “충북대가 관리하는 의대 교수 정원이 137명이다. 그중 사직서를 낸 분은 명예퇴직 2분과 의원 면직 2분 해서 4명밖에 안 계신다”며 “충북의대에는 기금 교수가 17명밖에 없다. 17명을 학교 교수로 발령내는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기대하는 교수 증원은 150명 내외이기 때문에 아까 말씀과는 전혀 반대로 굉장히 많은 교수가 증원될 걸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국립대 교수 1000명 확대가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전환하는 것일 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한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라는 배장환 교수의 말에 전면 반박했다.
이에 배 교수는 “총장께서 전임 교수 2명만 사직했다고 하지만 임상교수들 즉 병원의 축이 되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던 교수들이 다 나가고 있다”며 “심장내과 교수 10명 중 2명은 거의 은퇴 급에 가까우시고 7명의 워킹 교수 중에서 저까지 포함해 3명이 사직했다. 그중에 2명은 임상교수”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이어진 청문회에서 문정복 간사(더불어민주당)는 “충북대병원의 사례를 보면 의료대란이 왜 났는지 명확하게 나온다”며 “의대와 총장이 의논하지 않고 무대포로 진행했기 때문에 의료대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 원론적인 답변, 정부의 ‘장밋빛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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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서도도 정부는 상임위 대부분 질의에 “논의 중이다”,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주호 장관은 “국회에서 그렇게 (안 돌아온다고) 일방적으로 말씀하실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언제라도 돌아온다면 차질 없이, 유급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일관적으로 답했다.
원론적이고 낙관적인 답변이 계속되자 위원들은 “장밋빛 환상만 그리고 있다”,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등 비판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의대 증원에 있어 “오히려 의과대학 학과장, 의평원, 의대학생들 의견들이 많이 반영이 안 되고있는 것 같다”며 “이쪽의 의견도 빨리 청취하시고 많이 반영해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배정심사위원회에 대해 “기준과 객관성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며 ‘새로운 배정위 중심의 협의체‘ 구성 논의를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를 포함한 여·야 위원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오늘 청문회에서 현 사태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상황에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