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차’ 의원, “의사증원보다 의료시스템 전반 개혁과 미래 대비가 더 시급”
‘안·이·차’ 의원, “의사증원보다 의료시스템 전반 개혁과 미래 대비가 더 시급”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10.2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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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의사 증원 정책 강력 비판···구조적 개혁 없이는 의료 시스템 붕괴 경고
이주영 의원, 의대생 휴학에 대한 국가 개입 비판 “개인의 선택 존중돼야”
차지호 의원, AI 시대 대비한 의료 개혁 강조···단순 의사 증원은 문제 해결 못해

지난 22일 개최된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창립 50주년 학술대회 기자회견에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차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배석,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 의료 환경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강조하며 의료계 현안과 정책에 대한 발언을 했다.

|| 안철수 의원 “구조적 개혁 없는 의사 수 증원은 한국 의료시스템을 붕괴할 것”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실수가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미국과 유럽, 일본과 비교하며 각 나라의 차별적인 구조를 설명했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먼저 전 세계에서 의료 시스템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민간 의료 시스템, 유럽을 대표하는 공공 의료 시스템,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의 민간 의료 시스템이 속도가 빠르고 신약 개발이 활발하지만, 의료비가 매우 높아 의료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병원에 갈 수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의 공공 의료 시스템은 국가가 병원과 의사들의 월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의사 증원을 하면 의사들이 근무 시간이 줄어들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안 의원은 한국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한국의 건강보험은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지만, 인프라는 민간이 자기 자금으로 구축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은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며 큰 빚을 지게 되고, 개업할 때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한국의 의사 중 약 10%가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사들은 가능한 많은 환자를 보아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의사 수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실수가 구조적 개혁 없이 2000명의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조 개혁 없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는 오히려 더 악화된다”며, 이로 인해 의대 교수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몰리고,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다른 전문 분야로 이동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가 붕괴되고 있으며, 정작 중요한 의사 과학자 양성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의사 증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먼저 필수 의료 의사 부족 문제와 지방 의료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적 개혁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투자를 약속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군을 확보한 뒤에야 의사 수 증원이 논의되어야 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현재 의사 고시를 준비하는 의대생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을 우려하며, 내년에 약 400명만이 의사 고시를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로 인해 군의관, 공중보건의, 인턴 모두 부족해져 한국 의료 시스템의 정상화에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며, 일본 동경의대의 1969년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일본에서도 의사법 강행으로 인해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입학을 포기해 그 해 학번이 없는 사태가 벌어졌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말미에 안철수 의원은 “의사 수 증원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의사 고시에 합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인해 의사 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의료 교육의 질만 저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 시스템 개혁이 급한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주영 의원 “휴학은 의대생의 권리, 국가의 지나친 개입은 위험한 발상”

이어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은 한국 의대생들의 휴학 문제가 국가 개입의 과도함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개인이 제출한 휴학계를 명확한 근거 없이 국가가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의 선택과 시간을 침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국가가 개인의 결정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의원은 “국가가 국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전체주의적인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가 국민의 행동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서 국가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명확한 기여 없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막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의대생들에게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선택 사이의 균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주영 의원은 이번 KAMA 학술대회가 이러한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한국과 미국 간의 의료 협력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배우고, 정부와 의사들 간의 소통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KAMA와 같은 단체를 통해 우리는 각국의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의료인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차지호 의원 “의사 증원보다 AI 대비한 의료개혁 우선시 돼야···단순 증원은 문제 심화시킬 수 있어”

마지막으로 차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의사 증원 논의와 관련해 미래 의료 시스템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특히 AI(인공지능) 기반의 기술 발전이 의료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강조하며, 현재 의사 증원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차 의원은 "의사 증원으로 필수 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15년에서 20년이 걸린다"며,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고려한 더 근본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15년 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의료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에 대비하지 않은 인력 증원은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AI와 의사의 협업이 앞으로 의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의사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면서, 한 명의 의사가 다룰 수 있는 질환의 범위와 진료 효율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AI 기반 의료 시스템을 염두에 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현재 정부가 AI와 같은 과학기술이 의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차지호 의원은 자신의 인도주의적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가 고조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그는 “위기가 극에 달하면 사람들은 갈등 속에서 더욱 많은 피해를 입는다”며, 현재 의사 증원 논쟁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서 그는 국가가 국민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의대생들의 휴학 문제는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개인의 선택을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의대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의원은 특히 한국 의대생들의 해외 진출 희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한국 의대생들의 45%가 미국 등 해외에서 수련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은 매우 경고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치는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경향으로,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이러한 비율이 나타나는 것은 의료 시스템이 의사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능한 의사들이 해외로 떠나 국내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지호 의원은 또한 이번 KAMA 학술대회가 한국과 미국 간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논의와 함께, 양국의 의료 협력이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한국과 미국 간의 의료 협력과 더불어,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 의료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됐다. 

또한 의원들은 입을 모아 의료 인력 문제, AI 기반 의료 기술의 도입, 그리고 의대생들의 권리와 선택을 둘러싼 정책적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의료 개혁 방향성을 모색했다. 아울러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의료계는 지속적인 협력과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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