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ntional Distortion(의도적 왜곡)'
'Intentional Distortion(의도적 왜곡)'
  • 의사신문
  • 승인 2025.0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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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식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동대문구의사회장
정부 의료정책, 근거 부족한 강행에 의사 불신
의사 부족 주장 속 개원의들 “환자 줄고 있다”
▲ 임민식(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Intentional distortion(의도적 왜곡)’은 개인적 이익이나 취향에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객관적 사실을 고의로 왜곡시키거나 조작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2000년 이후 정부가 추진한 보건 의료 정책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영향력이 큰 정책들이 정확한 근거 없이 강행되면서 의사들은 이런 정책이 누군가의 Intentional distortion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인구당 의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고, 진료 대기 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 중 하나이며, 단위 면적당 의료기관이 매우 촘촘하게 개설되어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은 국가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의사 수가 많아 지면 의료비가 증가할 것을 걱정하는 국민에게는 "건강 보험료를 더 내지 않는다"라고 선전하고 보란 듯이 2025년 건강보험료율을 동결했다. 동시에 의사들에게는 의사 수가 대폭 증가해도 "의사 소득이 줄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직원을 고용할 때는 반드시 직원들의 업무량과 인건비 지출에 대한 고민이 선행된다. 매출액과 제품 생산량에 비해서 직원들의 수는 적정한지? 개별 직원의 업무량과 노동 생산성은 적정한지? 부서별 인원 배치는 적정한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옆에 다른 회사 직원 수만 가지고 사장님 맘대로 직원을 늘리는 회사는 없다. 만약 있다면 벌써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는 회사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의사들 커뮤니티에서는 "환자가 줄었다", "일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온 바 있다.

정부에서는 의사가 부족하다는데 왜 의사들은 일이 없다고 하는가?

해마다 발행되는 건강보험 통계 연보의 자료를 이용해서 한국 의사들의 수와 입내원일수 데이터를 분석해 보자.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서 의원급, 병원급, 종합병원급, 그리고 상급종합병원급에 근무하는 의사의 수를 2014년과 2023년 자료에서 비교해 보면 각각 38%, 13%, 24%, 10%가 증가했고, 전체적으로 24%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다. (표1)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동결을 마치 20년 넘게 의사를 한 명도 못 늘렸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게 홍보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는 9년간 무려 38%가 증가했다.

요양기관 종별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연간 입내원일수를 비교해 보면, 의원급, 병원급, 종합병원급, 상급종합병원급에서 각각 11.8%, 3.7%, 17.1%, 23.2%가 증가했고 전체적으로 11.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표2)

이를 각 요양기관 종별에 따라서 의사 1인당 입내원일수로 표시하면 의원급, 병원급, 종합병원급, 상급종합병원급에서 각각 18.9% 감소, 8.0% 감소, 5.5% 감소, 그리고 12.4% 증가로 나타나고 전체적으로 10.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표3)

유일하게 의사 1인당 입내원일수가 대폭 증가한 상급종합병원은 2017년 이후 소위 문케어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됐지만, 필요한 의사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형병원들에서 소위 PA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필요한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의료행위의 일부를 소위 의사 업무 보조 요원에게 위임해서 시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인구 고령화가 꾸준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에서 의사 1인당 입내원일수는 줄었다는 것이 명확하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20% 가까운 감소를 보인 것은 저수가 상황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인구는 2020년에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미 감소하는 중이기에 사회적으로 의사라는 직업만 대폭 늘리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제시해야 할 정책 방향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 몰리고 있는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키거나, 또는 더 많은 의사가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기존 직원들은 할 일이 없는데, 사장님은 직원이 부족하다고 40%를 더 뽑는다고 한다. 회사가 곧 망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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