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시간 쏠림, 저수가, 부모 갑질, 법적 리스크 증가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15.9%, 50개 병원 중 38곳 ‘0명’
3차 병원 쏠림 가속···경증 환자도 대학병원行
소아과 떠나는 의사들···미용·피부과로 전향 중

한 때 오픈런 하기 위해 새벽부터 소아과를 찾는다는 일부 언론의 방송 보도가 전국을 강타했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소아과에 환자들이 줄을 설까?
의사신문은 호반(‘잘못되고 호도된 의료계 죽이기 방송 및 기사에 반박한다’) 5번째 순서로 소아과의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아과를 찾는 환자가 급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5년간 662곳의 소아청소년과가 폐업했으며, 개원의들은 낮은 의료수가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업의사는 대부분 일반과로 개원하거나, 미용성형시술, 봉직의로 취직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2229개였던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2021년 2111개로 감소했다. 저출산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아 환자 수가 줄어든 데다, 의료 수가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병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특정 병원에서 발생하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부각하며 마치 전국의 소아과가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역대 최저치인 15.9%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전국 50개 대학병원 중 38곳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전공의가 줄면서 기존 전문의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됐고, 이는 결국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2020년 기준, 비수도권의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수도권의 68%에 불과하다. 특히 전남 지역은 전문의 1인당 핵심 수요 인구가 2659.5명으로, 서울(740.3명)의 3.5배를 넘는다. 소아과 전문의의 지역 불균형이 아이들의 의료 접근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은 낮은 의료수가와 높은 진료 난이도, 감염병 유행 시 위험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생계를 위해 미용 시술 등으로 진료 영역을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가 단순한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구조적 문제”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최근 ‘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단순히 환자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첫째, 계절적·시간적 몰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아 환자는 감기, 독감, 바이러스 감염 등이 유행하는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증가한다. 보호자들은 업무를 마친 후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어 특정 시간대(예: 오전 일찍, 야간)에 진료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경증 환자도 3차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호자들은 더 확실한 진료를 받고자 하며, 동네 병원보다는 대형병원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한다. 그 결과 3차 병원에 불필요한 환자까지 몰리며, 위급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셋째, 야간 진료 이용 증가가 의료진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보호자들이 주간보다 야간 시간대에 병원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의료진의 근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2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3차 병원으로 가는 현상을 막기 위한 ‘허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1·2차 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보고, 필요할 경우에만 3차 병원으로 전원 될 수 있도록 환자 선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네트워크 협력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의료기관 간 연계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과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면서, 소아과 개원의들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의 개원의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 손용규 서초구의사회장 “소아과 운영, 이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소아과학회 홍보 및 정보위원, 대한소아과학회 서울지회 총무이사,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GF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이며 서초구의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손용규 회장은 “소아과를 운영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원을 기피하는 이유로 △낮은 의료 수가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감소 △부모들의 의료진 대상 갑질 증가 △법적 문제 부담 증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 낮은 의료 수가와 비급여 부족
손 회장은 “소아과 진료의 대부분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의료 수가가 낮다. 반면, 다른 진료과들은 비급여 항목을 통해 수익을 보완하는데 소아과는 오히려 기존의 비급여 항목마저 점차 보험화되고 있어 수익 창출이 더욱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낮은 의료 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아과 운영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감소
출산율 감소는 소아청소년과 경영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2022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소아 환자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손 회장은 “기존에도 힘들었지만, 출산율 하락으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이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소아과 개원을 고려하는 의사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 부모 갑질과 감정노동 증가
손 회장은 “소아과 의사들은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를 상대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일부 보호자의 과도한 요구와 의료진을 향한 폭언.협박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료 시간 외에도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개인 상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을 내리더라도 일부 부모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 의료 소송 및 법적 리스크 증가
소아청소년과는 법적 분쟁의 위험도 크다. 손 회장은 “소아 환자는 성인과 달리 상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고, 진료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대응을 요구받기 때문에 의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생아·영유아 치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의 책임이 강조되면서 소송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구로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 “소아과 운영, 결코 쉽지 않다”
서울에서 가장 큰 소아청소년과 병원 중 하나인 구로우리아이들병원의 정성관 이사장(구로구의사회 회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호수 위의 백조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수 위의 백조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부각하며 마치 전국의 소아과가 붐비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이 적지 않다. 정 이사장은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치열한 사투임을 강조했다.
▶ 병원 운영, 겉보기와 다른 현실
구로우리아이들병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 이사장은 이를 ‘호수 위를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에 비유했다. 보이는 것과 달리, 병원 운영진과 의료진, 행정직원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병원도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소아과 병원의 폐업이 증가하는 가운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정도를 지키는 진료’와 ‘지역화. 전문화 전략’을 꼽았다. 개원 초기부터 정직한 진료를 원칙으로 삼았고, 지역사회와 밀착해 신뢰를 쌓아온 점이 환자들의 꾸준한 방문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수가 문제, ‘연령 가산’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의 낮은 의료 수가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 이사장은 “특정 진료과만 수가를 올리는 것보다 연령 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아과만이 아니라 소아를 진료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소아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신경외과, 심지어 소아안과도 마찬가지다. 소아청소년과의 대상이 18세 미만이지만,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적극적인 가산이 필요하다”
그는 또한 소아청소년과에서 단순 진료뿐만 아니라 부모 교육과 상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수준의 전문 상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들에게 아이의 건강 문제를 이해시키고 지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근무환경 개선이 필수
소아과 의료진의 근무환경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다. 정 이사장은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병원 운영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미혼 직원도 있지만, 아이 셋을 키우는 의사도 있고, 쌍둥이를 임신한 직원도 있다. 모든 직장이 그렇겠지만, 병원 역시 구성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는 의료진의 유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소아과 의사들이 다른 분야로 이탈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병원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 소아청소년과 정책, ‘보건’이 아닌 ‘복지’와 연결해야
현재 정부의 소아청소년과 정책이 ‘보건’ 관점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 이사장은 “앞으로는 ‘보건’이 아닌 ‘복지’와 ‘가족’ 개념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부모 가정, 입양 아동, 학교 밖 청소년, 새터민 아이들처럼 다양한 사회 구조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이들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소아청소년과가 보다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오픈런’ 논란, 해결책은 IT 기술 활용
최근 일부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정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오픈런’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과, 아픈 아이를 위해 새벽부터 병원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구로우리아이들병원 역시 오픈런 병원으로 꼽혔지만, 정 이사장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호자들이 새벽부터 대기하는 불편을 겪게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원은 모바일 접수, IT 기반 대기 시스템 도입, 온라인 수납 등의 기술적 해결책을 통해 대기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오픈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진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 의사들도 소아과를 떠난다
“응급 상황이 많은데 보상은 낮다···소아과를 떠나 미용 시술로 전향하는 의사들”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동시에, 의사들도 소아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을 선택하는 의사가 급감했으며, 기존 소아과 의사들조차 미용 시술이나 성형외과, 피부과로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로우리아이들병원의 정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의료 수가, 높은 업무 강도, 감염병 위험 등을 꼽았다.

“소아 환자는 응급 상황이 많고, 진료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또한 감염병이 돌 때마다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소아청소년과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의료진 역시 감염 위험 속에서 진료를 지속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은 미비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보다 높은 수익과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미용 시술(보톡스, 필러 등)이나 피부과로 전향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소아과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결국 병원을 접고, 미용 시술로 방향을 틀었다”며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운영 문제를 고려하면 더 이상 소아과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가 단순한 ‘의료 과목의 쇠퇴’가 아니라, 국가 보건 정책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이탈하는 문제를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현실적인 의료 수가 개선과 함께, 소아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소아과 붐빈다’는 프레임이 왜곡된 이유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전국적인 현상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재 진료가 몰리는 곳은 일부 대형 병원과 서울 강남, 경기 일부 지역의 특정 병원뿐이다. 이는 전국의 소아청소년과가 붐비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료 자원의 불균형으로 인해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보여준다.
의료진 부족 문제도 원인 중 하나다. 소아과 전공의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면서 개원의 수가 감소했고, 이로 인해 진료 가능한 병원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환자들은 가까운 소아과보다는 소문난 몇몇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에 따르면, 서울의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평균 진료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대기시간 증가가 곧 ‘소아과 붐’이라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 수가 현실화다. 현재 소아과 진료의 가치는 과소평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 수가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원의들의 생존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임대료 지원과 운영비 보조를 포함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폐업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의료진 부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는 단순한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하여 필수 의료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