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적 분석으로 본 전공의 번아웃, 왜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기자수첩] 과학적 분석으로 본 전공의 번아웃, 왜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07.2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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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보호부족이 초래하는 의료진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워라밸 중시와 부당함에 맞서는 특성의 MZ세대 전공의

번아웃은 요즘 의료계에서 정말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전공의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의정사태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는 번아웃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들이 번아웃에 빠지게 된 주요 계기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즉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강행에 있다.

번아웃이란 무엇인가? 번아웃은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생기는 반응으로,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번아웃이 흔히 발생한다.

PLOS ONE에 실린 ‘Burnout syndrome among medical residen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에 따르면, 번아웃은 △감정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 EE) △탈인격화(Depersonalization, DP) △그리고 개인적 성취감 저하(Personal Accomplishment, PA)로 측정된다고 한다.

MZ 세대와 번아웃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삶의 질을 매우 중요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직업 만족도와 개인적 성취를 중시한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민감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팬데믹 동안 이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크게 증가하면서 번아웃의 주요 원인이 됐다.

PLOS ONE의 ‘Insight into resident burnout, mental wellness, and coping mechanisms early in the COVID-19 pandemic’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 미국의 다양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응답자들 중 51.5%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보고하며, 이 중 상당수가 건강과 안전,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장시간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번아웃에 특히 취약하다. IJERPH에 발표된 ‘Prevalence of Burnout in Medical and Surgical Residents: A Meta-Analysis’ 연구에서는 방사선과 전공의의 77.16%, 신경과 전공의의 71.93%, 일반 외과 전공의의 58.39%가 번아웃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공의들의 번아웃 비율이 더욱 증가했으며, 이는 개인의 건강과 직업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BMC Psychiatry의 ‘Depression, anxiety, and burnout among medical students and residents of a medical school in Nepal: a cross-sectional study’에서도 팬데믹 동안 전공의들의 번아웃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5%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번아웃을 초래한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정부는 전공의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려 한다고 했지만, 이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오히려 번아웃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 자신들을 더 큰 스트레스와 압박 속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한다. PLOS ONE의 연구에서도 의대 정원이 증가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의사들의 전반적인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인력만 늘리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전공의들은 이미 번아웃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력 투입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PLOS ONE의 ‘Insight into resident burnout, mental wellness, and coping mechanisms early in the COVID-19 pandemic’ 연구에서도 추가 인력 투입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의료계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 시스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필수의료 패키지는 인력만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으면 의료진은 여전히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일해야 한다. 또한, 수련 환경 개선 없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공의들과 의료계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사직한 전공의들과 휴학한 의대생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문의 인력 증원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의 전면 백지화다.

MZ세대와 사직 전공의들의 연관성은 깊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는 달리, 단순히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며, 부당한 상황에 맞서 싸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반대하며,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정책 지원이란 단순히 인력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전공의들의 번아웃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첫째, 의료 사고 법적보호 강화다. 의료진들이 의료 사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법적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의료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의료진은 의료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법적보호 장치를 강화하면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다.

둘째, 근무환경 개선이다. 전공의들이 장시간 근무와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적절한 휴식과 근무 시간을 보장하고, 업무 배분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포함된다. 전공의들은 과도한 근무 시간과 업무량으로 인해 번아웃에 쉽게 노출된다. 근무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들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심리적 지원 및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이다. 의료진들이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심리 상담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번아웃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서적 지원을 통해 의료진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넷째, 교육의 질 유지 및 개선이다. 의대정원 확대가 아닌, 기존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의사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적절한 보상 및 복지 제공이다. 의료진들의 헌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복지를 제공하여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 의료진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이들이 직업에 만족하고,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섯째, 의료수가 현실화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여 의료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의료진들이 경제적 압박 없이 최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현재 의료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아 많은 의료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개선하면 의료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정책 지원은 단순히 인력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의료사고 법적 보호 강화, 근무 환경 개선, 심리적 지원 및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 교육의 질 유지 및 개선, 적절한 보상 및 복지 제공, 의료수가 현실화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질 때, 의료진은 번아웃 없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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